유튜브에는 UFC와 관련한 영상이 많이 있다. 이종격투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찍는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영상들이다.
2번 에피소드는 유도 선수 출신 사장이 주인공이라 김도경, 지용도, 윤은지 세 사람은 유도관련 책자를 참고해야 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 스스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틀 동안 촬영과 편집을 완료해야 하는 까닭에 러닝타임은 길어야 3분 내외여야 할 것, 짧은 시간이지만 상황극이 아닌 서사의 형태를 갖출 것, 두 캐릭터의 개성은 이종격투기 기술을 통해 보여줄 것 등. UFC 에이전트 선발전에서 맞붙는 ‘성훈’과 ‘영수’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꾸역꾸역 써내려갔다. 복싱 선수 출신인 둘은 오랜 라이벌 관계다. 성훈은 긴 팔과 긴 다리를 이용한 타격 기술이 강점이고, 맷집이 좋은 영수는 그라운드 기술이 주특기다. 공이 울리자 접전을 벌이는 두 선수. 영수는 성훈의 오랜 부상 부위인 오른쪽 정강이를 노린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성훈은 자신의 정강이를 노리던 영수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다. 써놓고보니 심심한 상황극이 되고 말았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다음날 열린 조 회의 때 시나리오보다 성훈이 어떻게 때리고, 영수가 어떻게 맞을지에 대해 더 많은 얘기가 오갔다. UFC 시합 하이라이트 장면과 <오직 그대만>의 이종격투기 시퀀스를 보며 긴 논의가 이뤄졌다. 전자는 컷 분할 없이 중계 카메라가 풀숏으로 두 선수를 꽉 차게 담아낸 반면 후자는 두 선수의 움직임에 맞게 컷이 잘게 분할되어 있었다. 보통 컷이 많이 분할되어 있는 후자가 박진감이 넘칠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실제로 때리는 시합 영상이 훨씬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쳤다. 어쩌면 그게 ‘진짜로 때리고 맞는’ 현실과 ‘진짜처럼 때리고 맞는’ 영화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한숨부터 나왔다. 아무리 잘 찍어도 실제 시합 영상보다 박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고 배우에게 실제로 때리고, 맞는 것을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러 고민 끝에 UFC 기술을 리얼하게 보여주되, 실제 시합 영상이 놓치는 신체의 여러 부위를 다양하게 담아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게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일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개빈 오코너의 <워리어>도 그런 방식을 선택한 것 같았다. 썩 좋은 의견은 아니었던 것 같다.
Tip1. 이종격투기 레퍼런스 영화 정두홍 무술감독이 최근 작업한 <전설의 주먹>은 격투기 기술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영화다. 극중 권투 선수 출신인 황정민은 펀치를, 신장이 큰 유준상은 긴 팔과 긴 다리를 활용한 타격 기술을, 체구가 큰 윤제문은 그라운드 기술을 주무기로 한다. <워리어>는 형제간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전설의 주먹>보다 타격감이 더욱 강하고 리얼하다. 액션과 드라마의 화학작용을 만들어내야 한다면 이 작품을 참고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