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욕망, 죽음과 성에 대한 매혹. 이러한 요소들은 언제나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중심부를 관통하는 큰 줄기였다. 그러나 샬롯 램플링으로 대변되는 오종의 성숙한 페르소나들이 사회적 지위와 계급, 권력의 틀에 가로막혀 환상의 영역에서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곤 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 <영 앤드 뷰티풀>에서 우리가 목격할 수 있는 건 싱그러운 젊음의 페르소나다. 비밀스럽게 매춘을 시작한 10대 소녀 이자벨의 모습을 통해 오종은 아직 정제되지 않은 청소년기의 욕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영 앤드 뷰티풀>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된 영화인가. =전작 <인 더 하우스>에서 젊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니 좋더라. 내가 단편을 만들 때만 해도 젊은 배우들을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사랑의 추억>부터 샬롯 램플링과 많은 작품을 함께하며 대다수 영화에서 성숙한 캐릭터나 나보다 나이 많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었다. 다시 젊은 배우들과 일하며 산뜻해지고 싶었지. (웃음) 그리고 <영 앤드 뷰티풀>을 연출한 또 다른 이유는, 많은 프랑스영화들이 사춘기를 굉장히 미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게 사춘기는 정말 지독한 시기였거든. 나에게는 그 시기에 대한 향수가 전혀 없다. 때문에 나는 사춘기 시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 영화를 통해 구체화해보고 싶었다.
-왜 사춘기 시기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없나. =그 시기의 나는 마주하는 모든 것들과 싸우고 투쟁했던 것 같다. 가족과도 자주 다퉜고. 당신도 사춘기를 겪을 때 그랬지 않나? 청소년기에는 몸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며,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섹슈얼리티인지 질문을 던지고, 거의 모든 결정을 두려움없이 내린다. 다시 말하면 자기 스스로와 격렬하게 싸워야 하는 시기인 거다. 향수를 느낄 틈은 없다. 매우 강렬한 시기이지.
-뤼디빈 사니에르(<스위밍풀>), 멜빌 푸포(<타임 투 리브>)…. 당신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안목이 있는 것 같다. 이자벨 역의 마린 벡스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나는 이자벨 역의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수많은 여배우들을 만났다. 경찰관에게 조사받는 장면을 주고 오디션을 봤지. 대부분의 배우들이 꽤 연기를 잘했다. 하지만 대다수가 TV드라마식 연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마린은 좀 달랐다. 그녀가 오디션장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미스터리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아름다운 얼굴 뒤에 무슨 생각을 감추고 있을까. 그건 내가 샬롯 램플링과 처음으로 작업할 때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이었다.
-이 영화는 10대의 매춘을 소재로 삼는다. 이자벨이 다른 직업 매춘여성들과 다른 점은, 돈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위해 매춘을 한다는 것이다. =지인들에게 한 부르주아 여성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여자는 매우 평범한 사람인데, 알고 보니 비밀스럽게 매춘을 하고 있었다더라. 그녀는 가정에 큰 분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 여자의 이야기가 내 마음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가정에서의 애정결핍으로 인해 부르주아 여성이 성적인 욕망을 매춘으로 해소한다는 설정은 피하려 했다. 그건 너무 클리셰적이다. 내가 주목하고 싶었던 건 모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고 도덕적 문제에서 한결 자유로우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청소년기 여성의 모습이었다.
-영화는 이자벨의 모습을 쌍안경을 통해 바라보는 남동생의 시선으로 문을 연다. 이처럼 관찰자의 입장에서 여주인공의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종종 눈에 띈다. =이 영화는 사계절을 배경으로 진행되고,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의 관점을 통해 이자벨을 바라보는 방식을 취했다. 가끔씩 주인공에서 눈을 돌려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되면, 이자벨이 무엇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고 자신만의 비밀로 감춰두려 하는지를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타인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이자벨의 생각도 편견이었음이 밝혀지지만.
-이 영화는 이자벨이 어떤 계기로 매춘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후의 이자벨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의도한 연출인가. =나는 미스터리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미스터리야말로 관객과 영화를 잇는 접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설명하지 않은 여백 부분은 보는 이들의 해석에 맡겨두겠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10대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10대들은 나에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