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린 듯 눈물이 터진다. 지난 5월20일 재개된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 한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내기 바쁜 농번기에 기습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해 공사를 강행했다. 민의와 무관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행정집행이 있는 곳에 늘 모습을 드러내는 용역들과 경찰들. ‘용역’이라는 말의 섬뜩함과 그들 행태의 구체적 포악함. 마을 주민들의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현기증이 인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송전탑 투쟁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를 조사할 때, 한 주민의 호소를 전해들은 적 있다. “우리가 인권이 어딨노. 돈 있는 사람이나 인권이 있재. 가진 거 없으면 인권도 없고 개만도 못한 취급받는 기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망할 놈의 세상 법’이 병증으로 자리 잡은 우리 마음의 깊은 비애. 어쩌나…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다른 지역은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가능한 마을을 우회하도록 진행되는데, 밀양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인 걸까. 어째서 여기는 마을 주민들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 없이 탱크로 밟고 지나가듯 송전선로가 논바닥 바로 위로, 마을과 집들 바로 앞으로 지나가는 어처구니없는 공사가 강행되는 걸까. “밀양 산중, 여기는 생지옥입니다!”라는 긴급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바싹 야윈 할머니들이 119로 계속 실려 나간다.
“자꾸 운다. 예 있으니 서러워 울고, 분해서 울고, 지난해 죽은 영감 생각나 울고….” 포클레인에 밧줄로 몸을 묶으며 우는 할머니. 한전에서 공사를 시작하면서 나무들을 베어낼 때 나무둥치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던 할머니들을 기억한다. 나무들을 베어낸 그 자리에 할머니들은 고추와 상추를 심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딴 거 바라는 거 암것도 없소. 여기서 나고 자랐으니 여기서 죽고 싶소….” 지난해엔 밀양주민 이치우씨가 송전탑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 사망했다. 문제가 정치권으로 건너갈 듯하자 한전은 잠시 공사를 중지. 정치권의 관심이 사그라지자마자 다시 공사 강행…. 정부와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가 전력난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공사의 강행이 이명박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원전 수출 계약 때문이라는 한전 고위 간부의 발언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다.
기억난다. 2009년 겨울.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현지 특별기자회견 말이다. CEO 출신 대통령의 쾌거라 칭송되던 그 계약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실상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지금. 공사의 배후 어디까지를 밀양 주민들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분명한 것은 평생 고향에서 순박한 농부로 살아온 고령의 어르신들이 정부와 자본의 용역과 경찰력에 의해 사람이 당해서는 안되는 폭력을 매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쓰러진 할머니 옆에서 “차라리 함께 죽자”며 자신의 목에 밧줄을 감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