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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정리하면 복이 온다고 함
이다혜 2013-06-06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곤도 마리에 지음 / 더난출판사 펴냄

홈쇼핑을 보고 있으면, 내게 필요한(그런데 아직 사지 않은)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게 된다. 어떻게 저 물건이 없이 지금까지 살았을까? 물광 메이크업을 완성하는 쿠션 파운데이션, 장마철에 딱인 젤리 슈즈, 각얼음으로 쉽게 빙수를 만드는 빙수기에 아무 컵에나 랩을 대고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밀봉되는 매직랩, 와이어가 없는 속옷과 천연 아이스크림 제조기…. 그렇게 홈쇼핑의 ‘오늘 이 구성 마지막’에 현혹되어 내 생활을 개선시킨 결과는 60년대의 산아제한 구호와 같다. 무턱대고 사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이런 내게 천금 같은 한마디가 있었으니,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없어도 어떻게든 된다.”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의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은 베스트셀러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실천편이다.

곤도 마리에식 정리 기술의 핵심은 ‘설레지 않는 물건은 처분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만져보고 설레면 두고 설레지 않으면 버린다. 어떤 물건에 설레는지 모르겠다면 비슷한 용도의 다른 물건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거나 심장에 가깝게 안아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곤도 마리에가 컨설팅을 위해 고객의 집에 방문해 가장 먼저 정리에 들어가는 옷의 경우, 옷장에서 “베스트3”를 꼽아보라고 한 뒤 잘 모르겠다고 하면 옷을 입어보거나 안아보라고 한단다.

그런데 책을 읽어갈수록 곤도 마리에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버리기 귀신이었다고 하니 말 다했다(어려서 나는 구할 수 있는 모든 편지지와 엽서를 모아 쌓아두는 취미를 가졌다. 그 모든 편지지, 카드, 엽서에 설렘이 가득이었다!). 꽃을 자주 사다 꽂아두는 모양인데도 살짝 깨진 꽃병을 버리고 페트병으로 대체했다. 새 꽃병을 사는 대신 말이다. 오디오 컴포넌트의 스피커 모양이 ‘네모나게 각이 져서’ 마음에 들지 않아 처분한 뒤에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여기에 더해 설렌다는 개념이 ‘귀엽다’, ‘심장이 뛴다’ 하는 알기 쉬운 매력만이 아니라는 점을 설파한다. 소박한 디자인에 마음이 편하다거나 편리하다, 물건을 사용하는 데 위화감이 없다는 점도 엄연한 설렘이라고. 이보시오 전문가 선생, 내 집이 그래서 쓰레기통이란 말이오! 향수가 15병 있는데 그중 5병은 완전 설레서 미치겠는 향이고, 5병은 사용하는 데 위화감이 없는 향이며, 5병은 편리하게 방향제로 화장실과 옷방에 뿌릴 수 있는 것이라오. 이제 날 어떻게 할 테요? 베스트3? 설렘이 먼저요, 개수가 먼저요?

투덜거리기는 했으나 곤도의 정리 원칙은 새겨들을 만하다. 장소 순서가 아니라 물건 순으로 정리하기(거실이 아니라 옷을 정리), 한 품목의 물건은 한자리에 모아 한번에 정리하기(계절 구분없이 ‘모든’ 옷을 한자리에 놓고 분류), 설레는 물건만 남기기(의류, 책, 서류, 소품, 추억의 물건 순서로), 모든 물건에 제자리를 정해주기(제자리를 이탈한 물건을 바로잡는 식으로 정리된 삶을 지속)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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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복이 온다고 함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