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소재로 한 이색적인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 <썬더일레븐>과 원격 컨트롤러로 조종하는 조그만 로봇들의 전투액션게임 <골판지 전기>가 영화에서 만났다. <극장판 썬더일레븐 GO vs 골판지 전사 W>(이하 <썬더일레븐>)는 일본의 유명 게임회사 Level-5의 히트작 두편을 엮어 기존 게임 소프트가 형성해온 팬덤의 충성심에 호소하는 작품이다.

<썬더일레븐>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강수호의 축구팀 썬더일레븐과 강수호의 수제자였던 천마루의 신생 썬더일레븐간의 경기가 열리던 날, 시합이 한창이던 그라운드에 갑자기 애스터라는 정체불명의 소년이 나타나 엄청난 위력의 필살슛으로 강수호를 쓰러뜨린다. 게다가 하늘 위에 등장한 비행선에서 소형 전투로봇 LBX들이 벌떼처럼 쏟아져 나와 관중석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자 썬더일레븐팀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뒤이어 나타난 LBX 조종사 최반과 이하늘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탈출한 천마루와 신생 썬더일레븐은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LBX 플레이어들의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친다.

이번 영화는 <극장판 썬더일레븐>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면서, 전혀 다른 두 세계관을 크로스오버한 첫 번째 작품이다. 그러나 축구와 LBX가 영화의 마지막까지 경기장의 안팎에서 따로 노는 가운데, 과연 포스터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자연스럽게 “축구와 LBX가 하나”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숱한 청소년용 일본 만화들처럼 단순하게 “싸움은 나쁘다”고 피력하는 대신 건전하고 의미있는 대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은 제법 새롭다. 물론 요란한 격투물 소년만화에 익숙지 않은 관객은 ‘화려한 필살기가 나오는 장면이 반, 우정의 소중함을 외치는 장면이 나머지 반’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숙지한 뒤 감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