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토리노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마르코 본판티 감독의 영화 <마지막 양치기>(L’Ultimo Pastore)가 그동안 개봉관을 찾지 못하다가 5월에 드디어 로마의 작은 영화관에서 관객과 만났다. ‘밀라노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겠다’는 미션을 갖고 제작된 이 영화는 상영시간 73분 동안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마지막 양치기>는 실제로 롬바르디아에서 양을 치고 있는 레나토 주케렐리라는 양치기를 따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의 시간들을 묘사한다. 롬바르디아주에 살고 있는 마지막 양치기인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산에서 700마리의 양과 보낸다. 주케렐리에게는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나는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아에서 태어났다. 밀라노는 롬바르디아주의 가장 큰 도시다. 이 도시의 아이들에게 내 양들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려면, 이탈리아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거대 도시 밀라노에 양떼들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이 영화는 유치원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양치기가 뭔지 알아?”라는 질문에 한 아이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봤어요”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양을 알아?”라는 질문에 한 아이는 “몰라요”라고 말한다. 그 답변이 냉정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마르코 본판티 감독은 “마지막 양치기와 그의 양떼들을 통해 마지막으로 남은 양치기가 통행료를 내지 않으면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는 밀라노 시내 한복판으로 양떼를 몰고 가서 양떼를 한번도 본 적 없는 밀라노의 아이들과 만나고, 그 아이들에게 자유와 꿈은 항상 실현 가능한 것이고 그것을 믿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이 영화는 느리게 사는 법을 실험해보도록 유도한다. 양치기의 눈을 통해 팍팍한 도시인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조르날레>의 마시모 베르타렐리 기자는 “이 영화는 관객을 편안하게 숨쉴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 아이들과 양떼가 만나는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