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비포 선라이즈>의 파리행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난 제시와 셀린느는 밤새 서로의 귀를, 그리고 우리의 귀를 간지럽혔다. 하지만 6개월 뒤를 기약했던 그들은 9년이 지난 2004년 <비포 선셋>에서야 극적인 재회에 성공했고, 마지막에는 다시 우리를 아련한 희망 속에 남겨둔 채 떠나갔었다. 또 9년이 흐른 지금, 이 시리즈의 마지막 장인 <비포 미드나잇>에서 그리스 여행에 나선 두 남녀는 어느새 쌍둥이 딸을 둔 7년차 부부로 함께 늙어가는 중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그들과 우리가 함께 지나온 긴긴 산책로를 되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강정 시인과 정이현 소설가에게 그들만의 사적인 방식으로 그간의 시간을 어루만져달라 청했다. 제시와 셀린느처럼, 강정 시인과 정이현 소설가처럼, 우리도 허전한 옆구리를 채워준 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나온 세월이다. 주인공들과 같은 40대 중반의 남녀 작가의 영화탐독 혹은 연애탐독으로 이 시리즈와 우리의 지난 18년을 떠나보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