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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대책 있나, 비전 있나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3-06-07

영화진흥위원회의 다양성 영화 사업을 점검한다

영진위의 전용관 사업운영을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는 10월 부산 이전을 앞두고 영진위는 그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다양성 영화 사업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운영위원 4명이 허경 프로그래머의 계약 해지에 반발해 4월24일 집단 사퇴했다. 이 사태로 인디플러스와 함께 영진위가 직영하고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의 상당수가 계약직이거나 2, 3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파견직 형태로 고용 계약을 맺고 있음이 드러났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얼마 전 ‘시네마테크에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 그리고 서울시에 현실적인 수준의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서울아트시네마 관계자에 따르면, 극장 영사기는 노후로 고장이 빈번하고, 층간소음 문제로 상영이 종종 중단되기도 한다. 안정적인 상영환경을 갖추기에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6년간 갈팡질팡

영진위의 전용관 사업운영을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진위는 2007년 11월8일 옛 중앙극장에 첫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마련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위탁 운영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9년 12월30일 인디스페이스는 ‘잠정 휴관’에 들어갔다. 당시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은 기존 사업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를 새로 공모한다고 발표했고, 독립영화 진영은 이명박 정부의 ‘좌파 문화단체 배제’에 따른 조치라고 이를 규정해 반발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공모에 응하지 않은 가운데 영진위는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의 시네마루에 전용관 사업을 맡겼으나, 시네마루는 계속되는 파행 운영으로 여러 차례 논란과 물의를 빚었다. 2011년 김의석 위원장이 부임하면서 독립영화전용관을 직영키로 결정한 영진위는 지난 2년 동안 인디플러스라는 이름의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해왔다. 갈등을 봉합하긴 했지만, 장기적인 비전과 플랜을 가지고 운영해야 할 전용관 사업이 지난 6년 동안 수많은 부침을 겪은 것은 분명하다.

영진위는 “부산 이전과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이하 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올해 10월 부산 이전을 앞두고 센터를 설립해 전용관 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서울영상미디어센터를 직영하는 게 영진위의 구상이다. 영진위 국내진흥부 문봉환 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부산 이전 전에 영진위의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인디플러스는 8월 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려면 독립영화인들로 구성된 추진단과 함께 센터를 6월 말까지 설립해야 한다. 센터의 사업 계획안과 내용을 작성한 뒤 독립영화계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 것이다. 7월에 공모를 낸 다음 9월 전까지 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목표다.” 센터를 독립영화의 거점으로 두어 독립영화 제작 지원을 활성화하고 배급 및 상영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장기 운영 계획 부재 탓

하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을 주기로 갈팡질팡하는 영진위의 전용관 사업을 두고 독립영화계는 “복잡하고 쉽지 않은 문제”라는 반응이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위원장은 “영진위 입장에서는 좋은 모양새로 전용관 사업을 누군가에 맡기고 부산에 내려가는 게 목표일 것”이라면서, “독립영화진영은 현재 민간 형태의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위탁을 받는다고 해도 이를 떠맡기가 쉽지 않다. 경험이 없는 다른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도 역시 문제다”라고 덧붙인다. 한편,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 역시 “매년 영진위에 지원금 확충을 요청하지만 구체적인 해답을 듣지 못했다”며 “독립영화전용관과 마찬가지로 시네마테크 역시 장기적인 플랜이 공유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현재 서울시쪽에 내년 시 예산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 예산 편성을 요청했고, 서울시는 “시네마테크 건립 필요성, 재원 확보 방안 등 여러 과제를 신중하게 검토해 실현 가능한 방안부터 연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부산 이전을 앞두고 영진위는 그동안 풀지 못했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