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린치의 딸인 제니퍼 챔버스 린치의 네 번째 연출작 <체인드>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붙잡힌 아이의 이야기이다. 8살 꼬마인 팀(에먼 파렌)은 엄마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그대로 납치당하고 만다. 연쇄살인마인 택시기사 밥(빈센트 도노프리오)은 엄마를 죽인 뒤 팀을 사슬에 묶어놓고 키우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충분히 고통스럽지만 이건 도입부일 뿐이다. 진짜 사건은 살인마가 팀을 또 다른 살인마로 키우면서 벌어진다. 팀은 엄마가 죽은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살인마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시작하고, 그렇게 어딘가 뒤틀린 어른으로 성장한다.
애초에 살인마가 여자와 아이를 죽이는 영화이니 편하게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접는 편이 좋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여자들의 일그러진 얼굴과 흘러내리는 피, 그리고 이와 대조되는 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여주고, 여기에 정체불명의 시점숏까지 집어넣어 불쾌감을 증폭시킨다. 이런 유의 영화에 거부감을 가진 관객이라면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기대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많은 사이코패스-연쇄살인-유아학대 장르를 감독이 어떻게 재해석하느냐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인상적인 건 팀이라는 캐릭터를 그리는 솜씨이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을 괴롭히던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팀의 내면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는 비뚤어진 살인마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인간의 따뜻함을 간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그 답을 주지 않는데, 이때 배어나는 정서는 호기심보다는 공포감에 가깝다(엔딩 크레딧을 꼭 끝까지 보길 바란다). 모든 사건이 끝난 뒤에도 우리는 눈앞의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끝내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