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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베를린에 영광을

제63회 독일영화상, 신예 얀 올레 게르스터 감독의 <오 보이> 금롤라상 수상

<오 보이>

지난 4월26일 제63회 독일영화상 수상식이 베를린의 유서 깊은 쇼극장인 프리드리히슈타트팔라스트에서 열렸다.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수작은 드물었지만 신예감독의 탄생을 알리기엔 충분한 자리였다. 지난해 화제작 <오 보이>가 최고작품상인 금롤라상과 함께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알짜배기 6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누벨바그풍의 흑백영화인 <오 보이>는 1978년생인 얀 올레 게르스터 감독의 데뷔작. 총제작비 30만유로의 독립영화다. 그에 비해 1억달러의 거대자본이 투입된 톰 티크베어와 워쇼스키 남매가 공동감독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주요 부문 수상에는 실패하고 편집, 영상, 카메라, 의상 등의 부문에서 수상하는 데 그쳤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인 <슈피겔>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 불렀다. 독일영화상은 상금으로 총 300만유로가 주어지는 최고의 독일영화진흥상이다. 어쨌든 이번 독일영화상에서 샛별로 떠오른 얀 올레 게르스터 감독은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한 셈이다.

<오 보이>는 베를린 헌정 영화다. 그런데 흑백화면과 재즈음악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 베를린의 풍경은 서로 겉돈다. 따로 노는 영화적 틀처럼 영화에서도 부조리하고 코믹한 상황이 이어진다. 베를린 구석구석을 쏘다니는 주인공 니코의 운수 나쁜 날이 이야기 얼개다. 대학에서 전공하던 공부를 중단하고, 매일 빈둥거리며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사색에 잠기는 니코의 삶은 현재 베를린에서 젊음을 소진하고 향유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 모습은 마치 18세기 말 느릿느릿 게으르게 살아가는 독일 낭만주의자의 예술가 정신과 닮아 있기도 하다. <오 보이>에서 시종일관 심각한 얼굴로 웃기는 상황을 연기한 니코 역의 톰 쉴링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은롤라상은 <한나 아렌트>에서 철학자 아렌트 역을 열연한 바바라 주코바가 수상했다.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의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둘러싸고 ‘악의 평범성’에 관해 쓴 글로 세상으로부터 질타받고 고립되는 상황을 재구성했다. 명예롤라상은 베르너 헤어초크에게 돌아갔다. 베르너 헤어초크는 “이 상을 작별 인사로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아직 은퇴하지 않을 거다”라고 밝혀 사람에게 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