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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아직 남았다
김성훈 2013-05-30

DVD 및 블루레이로 아쉽게 직행한, 강력추천 영화 4편: <프리미엄 러쉬> <비잉 플린> <더 길트 트립> <웨스트 오브 멤피스: 법과 정의>

<프리미엄 러쉬>

<갱스터 스쿼드>뿐만 아니라 DVD와 블루레이로 직행한 작품이 몇편 더 있다. 그중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러쉬> <비잉 플린> <더 길트 트립> 세편과 5월22일 출시를 앞둔 다큐멘터리 <웨스트 오브 멤피스: 법과 정의>를 추천한다.

조셉 고든 레빗의 추종자들이 목이 빠지도록 개봉을 기다렸던 영화가 있다. <프리미엄 러쉬>(감독 데이비드 코엡)다. 윌리(조셉 고든 레빗)는 직업으로 자전거 퀵서비스맨을 선택할 정도로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 그에게 뉴욕시는 일터이자 놀이터다. 어느 날, 중국에서 온 니마(제이미 정)로부터 한통의 봉투를 차이나타운으로 배달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하지만 어떤 사연이 있는 봉투인지, 한 경찰(마이클 섀넌)이 윌리 앞에 나타나 봉투를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한다. 윌리가 그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두 사람은 뉴욕시 한가운데서 추격전을 벌인다. 영화에서 윌리는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타고 쉴 새 없이 달린다. 자동차 사이를 요리조리 통과할 때는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다가도, 골목 어디선가로부터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자동차를 피할 때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도시를 질주하는 쾌감과 언제 어디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긴장감이 뒤섞인 매력이 있다. “브레이크가 사람을 잡는다”는 윌리의 대사처럼 자전거에 대한 그만의 곧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조셉 고든 레빗 역시 기존작에서 보인 매력을 선보인다. 다만, 자전거 추격 신 사이에 수시로 끼어드는 플래시백이 다소 정리가 되지 않아 아쉽다.

<비잉 플린>

<프리미엄 러쉬>와 마찬가지로 <비잉 플린> 역시 국내 극장 개봉을 하지 못했다. 니콜라스 플린(폴 다노)은 방황하는 20대 청년이다. 삶의 전부였던 어머니(줄리언 무어)는 생을 비관한 채 자살했고, 엄마와 자신을 버린 채 떠나버린 아버지(로버트 드 니로)는 그의 인생에 없었다. 친구 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던 그는 노숙자 쉼터에서 일하게 된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해야 한다는 핑계(?) 때문에 아버지는 택시를 몬다. 하지만 졸음 운전으로 사고를 내면서 그는 면허증을 빼앗기고, 노숙자 신세가 된다. 어느 날, 아버지가 노숙자가 되어 쉼터에 나타나면서 부자는 18년 만에 재회한다. 쉼터에서 온갖 욕설과 거친 행동을 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아버지를 보면서 니콜라스는 원망과 분노 그리고 연민이 뒤섞인 감정을 가진다. 영화는 부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오랫동안 쌓인 감정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바웃 어 보이>를 만든 폴 웨이츠 감독은 두 남자가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지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끈기있게 그려낸다. <비잉 플린>은 소설가 닉 플린의 자전적 소설 <Another Night in Suck City>를 원작으로 한다.

<더 길트 트립>

<비잉 플린>이 부자의 사연을 다뤘다면 <더 길트 트립>은 모자의 여행을 따라가는 영화다. 앤디 브루스터(세스 로건)는 사업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독신남’이다. 그의 유일한 가족인 엄마 조이스(바버라 스트라이샌드)는 결혼 전 뜨겁게 사랑했던 옛 남자를 잊지 못한다. 엄마가 그 남자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이름을 지었다는 얘기를 들은 앤디 브루스터는 엄마의 옛 남자를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마침 사업차 미 대륙 횡단을 계획하던 그는 엄마에게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한다. 영화는 모자가 여행을 하면서 티격태격하다가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전형적인 가족드라마다. 엄마와 아들이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영화인 만큼 두 캐릭터의 호흡이 중요한데, 바버라 스트라이샌드와 세스 로건의 조합은 꽤 사랑스럽다.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부담없이 볼만한 작품이다.

5월22일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웨스트 오브 멤피스: 법과 정의>(감독 조 버링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도 챙겨보자. 1993년 미국의 아칸소주 웨스트 멤피스 지역에서 보이스카우트 어린이 3명이 배수관에서 손발이 묶인 채 변사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메탈 음악을 듣고 호러 소설을 읽는다는 이유만으로 동네 소년 3명을 용의자로 체포한다. 그 세 소년은 무죄를 주장했으나 사형, 종신형을 차례로 선고받은 뒤 18년이 지난 뒤 무죄가 입증되어 풀려난다. 다큐멘터리는 십대 소년 3명이 무죄를 판결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면서 미 사법 당국의 허점을 낱낱이 고발한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 <데빌스 놋>(감독 아톰 에고이얀, 출연 콜린 퍼스, 리즈 위더스푼)이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두편을 비교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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