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페그

칼 어번

그들이 없다면 건조하고 퍽퍽한 우주에서의 모험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스타트렉> 시리즈의 개그 페어로 다시 태어난 두 남자, 기술 장교 스코티와 의사 본즈가 바로 그들이다. 전편에 이어 엔터프라이즈호의 위기를 넘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스코티는 냉소적인 말투로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할 줄 아는 남자다. 자나 깨나 커크의 무모함을 걱정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닥터 본즈 역시 스스로의 감정을 속이지 않는 솔직함으로 주위의 신뢰를 얻는다. 어쩌면 비상식적인 모험광들의 집단인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유일하게 상식적인 두 사람. 그들이 피곤할수록 우리는 즐겁다. 시종일관 투덜대며 문제를 지적하는 푸념 속에는 엔터프라이즈호를 향한 진한 신뢰와 애정이 묻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승무원 인기투표 1, 2위를 다투는, 볼수록 매력있는 남자들을 만나보자.

-스코티가 <스타트렉: 비기닝>에 이어 또 한번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사이먼 페그_<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비기닝>에서 6개월 정도 지난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스코티는, 전작에서는 우연히 엔터프라이즈호의 식구가 된 셈이지만 그사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엔터프라이즈의 진짜 가족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며 연기했다. 엔터프라이즈호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있으니 어려운 임무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사실 <스타트렉>에서 스팍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은 커크 선장이 아니라 닥터 본즈다. =칼 어번_본즈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다. 커크처럼 젊은 혈기에 의지한 본능이 아니라 감정 말이다. (웃음) 실제로 커크 선장을 치료하는 장면에서는 내 친구를 다시 살린다는 감정으로 연기했다. 의사라서 엔터프라이즈 함교 내에서의 활약이 많지 않은데 나도 뭔가 한건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각본가 입장에서 <다크니스>의 시나리오를 평가한다면. =사이먼 페그_일단 밸런스가 좋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팬이라면 찾아낼 수 있는 숨겨진 요소가 곳곳에 배치된 동시에 그런 정보를 전혀 모른다 해도 영화를 즐기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팬과 새로운 관객을 함께 만족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단한 균형 감각이라 생각한다.

-칼 어번 당신은 <리딕> <저지 드레드> 등 액션 연기가 자연스러운 배우다. 이번엔 액션이 거의 없는 역할이라 아쉽진 않나. =칼 어번_액션배우라는 선입견을 깨줘서 오히려 좋았다. <비기닝> 이후 실제로 <레드>의 섭외가 들어오기도 했고.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은 그것이 무엇이든 언제나 환영한다.

-속편 제의가 들어오면 둘 다 다시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 있다면 속편에서 바라는 점 한 가지만 말해달라. =사이먼 페그_좋은 일이고 즐거운 작업이었으니 당연히 출연할 거다. 스코티로서 특별히 바라는 건 없다. 스코티가 또 어떤 재치있는 대사를 던질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칼 어번_이젠 의사가 필요없다고 나한텐 캐스팅 제의가 안 오면 어쩌지? (웃음) 속편에서는 관계가 더 끈끈해진 엔터프라이즈 승무원들을 만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광선총 한번 쏴봤으면! (웃음)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다른 승무원이 될 수 있다면 맡아보고 싶은 역할은. =사이먼 페그_승무원 중에는 스코티가 제일 매력적이지 않나? (웃음) 굳이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면 칸(베네딕트 컴버배치)이 탐난다. 그가 내뿜는 압축적인 어둠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칼 어번_나 역시 칸을 하고 싶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역할이고 현실적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해볼 수 있으니까. 컴버배치도 그런 점을 즐기면서 연기했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