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8일, 인도 영화인들 사이에서 가장 권위있는 자국 영화시상식으로 간주되는 내셔널 필름 어워즈(National Film Awards, 이하 NFA)가 2012년에 제작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각 부문 수상작들을 발표했다. 올해는 예년과 비교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유독 NFA 시상식의 구색 맞추기 역할을 담당해왔던 발리우드영화가 수상작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이다. 국가대표 운동선수에서 한낱 범죄자로 전락한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판 싱 토마르>가 최우수 장편영화상과 공동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델리에서 정자기증자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린 <비키 도너>가 남녀조연상과 공동 최우수 인기영화상을, 임신 중인 아내가 사라진 남편을 찾아 콜카타의 음산한 뒷골목을 헤매는 스릴러영화 <카하니>가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각각 수상했다. 특히 심사위원상 수상작 5편 중 4편이 발리우드영화였고, 이중에는 아미르 칸 주연의 <탈라쉬>와 지난해 상반기 발리우드 최고 흥행작인 <갱스 오브 와세푸르>도 포함됐다.
한편 수상작 발표 직후 다수의 영화인들이 5월3일로 예정된 NFA 시상식 당일에 시위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시위를 주도하는 영화인들이 전년도 NFA 수상 감독들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은 ‘인도영화를 예술의 한 형식으로 보존•육성하는 것’이 NFA의 설립 취지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는 수상작들의 극장개봉 지원을 확대하고 국영방송국 <두르다르샨>(Doordarshan, 이하 DD)을 통한 방영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진다. 전년도 NFA 수상 감독인 아슈빈 쿠마르는 “대부분의 수상작들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DD는 물론 지역 케이블TV에서조차 방영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족의 가치’, ‘사회문제’, ‘환경보존’, ‘국가통합’ 부문 최우수 영화를 선정해 시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체적으로 다수의 발리우드영화들이 수상자 명단에 진입하면서 올해의 경우 극장 개봉과 DD를 통해 방영될 NFA 수상작 편수는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NFA 수상 소식만으로도 지역 영화인들이 감격해 마지않던 시절이 점차 저물고 있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