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와 호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미스터리에서는 사건의 해결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역할을 하는 일이 많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소설 속에서 죽은 사람은 돌아올 수 없지만 이야기 속 탐정(역할의 인물)과 책 밖 독자는 그 죽음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을 얻고, 나아가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는다. 호러에서는 어떤 죽음도 결국 숙명일 수밖에 없음을 모두가 납득해야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니 사건의 해결은 즉, 이야기를 영원히 여는 역할을 한다. 죽음은 진행 중이다. 아무도 도망갈 수 없다. 공포영화의 엔딩장면이 되살아난다, 혹은 다시 활동을 개시하는 악당인 이유는 간신히 살아남은 주인공에 대한 위협보다는 안심하는 관객을 위협하기 위해서다.
소네 게이스케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치매 노모를 돌보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환갑 즈음의 남자와, 사라진 애인 때문에 폭력조직에 상시적으로 위협받는 형사와, 거액의 빚을 진 뒤 출장 매춘업소에서 일하게 된 주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없이 뒤섞여 진행되다가 거액이 든 돈가방이 등장하면서 하나로 꿰어질 듯 보인다. 2007년 단편 <코>로 제14회 일본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하고 그 직후 <침저어>로 제53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2009년에는 <열대야>로 제6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상을 수상한 소네 게이스케는 현실을 호러의 장치로, 돈가방의 주인과 행방을 미스터리의 도구로 사용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썼다. 여기서 현실은 마치 메뚜기 비처럼 피할 곳도 없이 하늘을 뒤덮는다. 주부 미나의 예를 들면 투자한 돈이 잘못되면서 남편에게 경멸과 폭행을 당하는 나날이 시작된다. 아르바이트 출장 매춘에서 만난 연하의 남자는 그녀의 사정을 알고 남편을 죽여주겠다고 하는데 그 밀회가 들켜 남편의 분노가 폭발한다. 이 소설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하는 세 사람의 타임라인을 절묘하게 뒤섞어 누가 누구인지 책 말미에 가서야 깨닫게 만들었다. 미스터리와 공포가 흥미롭게 이종교배된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