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상 디유트르 감독의 <조레스>는 제목만 보자면 최근에 개봉한 일련의 전기영화들, 가령 <링컨>이나 <히치콕>같이 프랑스의 유명한 사회주의 정치가 장 조레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전혀 다른, 하지만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은 두 주제를 보여준다.
뱅상은 디스코텍에서 우연히 만난 시몬과 열렬한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시몬은 조레스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뱅상은 커밍아웃을 꺼려하는 시몬을 직접 촬영하는 대신에 카메라의 렌즈를 돌려 아파트 안쪽에서 창문을 통해 보이는 조레스 거리의 모습을 시몬의 집에 갈 때마다 꾸준히 담았다. 그의 카메라는 절대로 집 안의 풍경을 보여주지도, 바깥으로 외출을 하지도 않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촬영 당시인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생 마르틴 운하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건너온 불법 이민자들이 다리 밑에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었고, 시몬은 사회활동가로 이들의 프랑스 정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뱅상의 영상 일기는 아파트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두 연인의 ‘소리’와 창문 너머에 있어 들리지 않지만 보이는 거리의 ‘이미지’를 통해 이 두 가지 공간을 동시에 엿듣고 관찰한다.
2010년 7월 말, 사르코지 정권하의 에릭 베송 이민부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들을 강제추방시켰고, 뱅상은 시몬과 헤어졌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뒤, 뱅상은 시몬의 아파트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절친한 친구인 에바에게 보여주면서 흘러간 시간과 떠나간 연인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관객은 에바와 뱅상의 대화를 통해 시몬과 뱅상의 불완전한 연애사, 그리고 텐트촌 이민자들의 반복적인 일상이 일반인의 그것과는 조금은 다르면서도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을 천천히 깨닫게 된다. 이렇게, 뱅상 디유트르 감독은 개인의 연애사와 한 사회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연결해내는 데 성공한다. <조레스>는 베를린영화제에서 테디 베어상을 수상했고, 파리에서 지난 4월3일 개봉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참고로 4월 현재, 프랑수아 올랑드의 사회당 정권하의 프랑스는 동성결혼 합법화를 최종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