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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타협은 없다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려고 전세계 영화감독 한목소리

탄원서 제출에 함께한 미하엘 하네케 감독.

전세계 영화감독들이 뭉쳤다. 6월 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문화적 예외’(cultural exception) 조항을 사수하기 위해서다. ‘문화적 예외’란, 1993년 제네바관세협정(GATT)/우루과이라운드에서 처음 제기되어 유네스코(UNESCO)의 문화다양성의 보호 및 증진 협약을 통해 정착된 문화보호 개념이다. 세계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의 훼손을 막기 위해 일반 상품과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문화상품은 협정에서 전면 제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이 개념을 앞세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으로부터 자국의 시청각 산업을 보호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EU 집행위원회가 영화산업까지 포함한 미국의 협상 초안을 받아들이면서 유럽 영화감독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에 미하엘 하네케, 페드로 알모도바르, 코스타 가브라스, 월터 살레스, 데이비드 린치 등 유럽 안팎의 감독들이 모여 “‘문화적 예외’에 관한 한 타협은 없다!”는 제목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탄원서에서 감독들은 “문화를 일반 상품으로 환원시키는” FTA는 문화적 “굴복”을 의미함을 명확히 고발하고 있다.

‘문화적 예외’ 조항에 관해 가장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프랑스다. 지난 4월18일 더블린에서 열린 EU 무역장관들의 비공개 회동 뒤 니콜 브리크 프랑스 무역장관은 “프랑스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렐 드 휴흐트 EU 통상부 집행위원은 “미-유럽 FTA가 어떤 식으로든 유럽의 문화적 다양성을 해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프랑스를 안심시키고자 했지만, 브리크는 “일개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협상 시기와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청각 산업 쿼터에 대한 교섭권을 미국에 넘겨주면 170억유로 규모의 유럽 전체 문화산업이 붕괴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는 TV 채널들에 방영 프로그램의 60%를 유럽 콘텐츠로 편성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편 영국, 스웨덴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FTA 체결에 ‘문화적 예외’ 조항이 장애물이 될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EU 순회의장국으로 있는 아일랜드도 6월 중 협상을 개시하여 2년 내에 협상을 마무리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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