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낳고도 일을 하는 엄마들은 두 부류다. 먹고살기 위해 ‘벌어야만’ 하거나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벌고 싶어’ 하거나. 월급쟁이에서 엄마로 ‘주업무’가 바뀌었지만 나는 일종의 ‘이직’이라 여긴다. 이 칼럼은 ‘부업’이다. 외벌이+α로 생계가 해결되니 고마운 일이다. 만약 내가 소녀가장이거나 환장하게 재미있는 일을 했거나 나라를 구하는 역할이었다면 어떡하든 애를 떼놓고 일터로 나갔을 것이다.
‘엄마 가산점제’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애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던 여성이 공공기관 등에 재취업하려 할 때 가산점을 주자는 내용이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가 아이 멀쩡하게 키우는 문제에 노력을 기울여온 소아정신과 의사 출신 신의진 의원이라는 게 좀 놀랍지만, 전공분야 외 세상사를 대하는 전문직 여성의 한계를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애랑 씨름하며 몇년 살다보면 웬만한 일은 이해된다. 셋쯤 기르면 살짝 ‘신기’까지 들린다).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꺼려 애 갖고 낳고 기르기를 피하는 줄로만 여긴다면, 스스로 전적으로 애를 길러보거나 가장 노릇을 해보지 않아서일 것이다. 배우자(혹은 동거인)가 중노동에 시달리거나 일자리 잃을 걱정만 하지 않아도, 엄마라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과 차별만 당하지 않아도, 교사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양질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동네에 한개씩만 있어도 양육의 풍경과 엄마들의 선택은 달라진다.
신 의원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일/가정이 양립하는 ‘100% 대한민국 건설의 동력’이 되리라고 법안의 취지를 밝혔다. 몽상 혹은 오만이다. 국민은 ‘대한민국 팩토리’의 부품이나 재료가 아니다. 무엇보다 ‘경력복원’를 위해 재취업하려는 엄마들보다 어쩔 수 없이 애 떼놓고 저임금 일용직 일이라도 닥치는 대로 해야 하는 엄마들에게 ‘법의 안전망’은 훨씬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