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진짜 취향은 ‘남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누가 뭐라 하든 나에게 좋은 것’을 의미한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는 단호한 김경의 이러한 말에 동의한다면 좋아할 책이고 동의하는 대신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운운하며 토를 단다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 책이다. 하지만 취향을 떠나 손에 잡으면 글에 쏙 빨려들게 만드는 맛이 있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는 <뷰티풀 몬스터>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의 저자이자 전직 패션지 피처에디터이며 몇주 전까지 <씨네21>의 ‘쏘왓’ 지면에 칼럼을 연재한 김경의 새 산문집이다. 여러 시기에 걸쳐 쓴 글을 새로 손보아 실었다는데, 모두 한달 전에 쓴 글처럼 가깝게 읽힌다. 사랑, 패션, 라이프스타일, 사람, 사회라는 다섯 가지 큰 주제 아래 글이 묶여 있지만 모두 취향이라는 하나의 ‘깔대기’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그 차이에 대해 쿨한 척 무심한 척하는 대신, 자신의 취향을 매력적인 언어로 설파한다는 것이 그녀답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취향은 같은 취향의 사람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비극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생각하면 남자들이 돌연 불쌍해진다.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벽장을 값비싼 셔츠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 개츠비의 비극을 보고 있으면 연인들을 끌어당기는 상대의 ‘취향’이라는 게 그 사람의 감수성이라든가 미적 방향성이 아니라 ‘폭넓은 상품의 사슬에서 그 물건이 점하는 위치’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패션이 돈으로만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패션을 죽이는 게 뭔지 아세요?’라는 부제가 붙은 2장을, 그녀의 문화적 취향을 깊은 곳까지 엿보고 싶다면 ‘나를 키운 팔할, 그 예찬의 대상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4장을 읽어볼 것.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했던 글은 김경의 이전 책과 이 책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끼게 한, ‘패티 스미스를 듣는 여자는 처음 봐요’라는 부제의 1장이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여전히 믿어도 좋다는 확신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