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여수 영취산에는 진달래가 산등성을 붉게 물들인다. <신동엽 시전집> 맨 앞에 실린 <진달래 산천>은, 그 호화로운 붉음이 피의 붉음이었던 시간을 잊지 말라는 청에 다름 아니다. “잔디밭엔 담뱃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라고 끝나는 시 옆에 이 시의 첫 수록 지면이 <조선일보> 1959년 3월24일자라는 게 농담처럼 들린다. <껍데기는 가라>처럼 수없이 읽고 들은 시가 여전히 새롭게 정신을 일깨운다는 감동도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