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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잔혹극’ <공정사회>
정지혜 2013-04-17

남편과 별거하고 홀로 10살 딸을 키우는 그녀(장영남)가 아이를 성폭행한 범인을 직접 찾아 나섰다. 경찰은 절차 운운하며 늑장으로 대응하더니 도리어 피해자에게 증거를 제시하라고 다그치기 일쑤다. 유명 치과 의사인 아이의 아버지는 자기 체면만 챙기느라 사태를 쉬쉬하기 바쁘다. 범죄를 해결해야 할 공적 방편은 무력하고 모녀의 상처를 보듬어줄 믿을 만한 가족공동체는 부재한 지 오래다.

<공정사회>는 공정함과는 거리가 먼 무책임한 경찰과 공감 능력에 무감한 보호자로 인해 끔찍한 아동 성범죄를 어머니 개인이 단죄하게끔 밀어붙인 이 상황 자체가 과연 공정한가 묻는다. 성폭력이라는 소재와 사회로부터 방치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도가니> <돈 크라이 마미>로 이어지는 최근 한국영화의 한 경향과 맞닿아 있다. ‘치과 잔혹극’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공정사회>의 후반 복수 신은 여과가 없어 더욱 끔찍하다. 강한 사회적 문제의식과 그것을 강렬하게 이끌어낸 장영남의 호연은 확실히 영화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메시지만큼 스토리텔링이 강력하지는 않다. 군더더기처럼 느껴지는 플래시백의 반복 사용은 주인공의 답답한 심상과 상황만을 강조할 뿐 극을 단순화하는 주범이다. 그사이 가장 기본적인 의문, ‘그녀가 어떻게 범인을 찾았나’에 대한 단서 제시가 미흡해 관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5천만원의 예산, 단 9회차 촬영을 감안해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세상 돌아가는 게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과 피로감을 느낄 만큼 사적 복수의 서사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공정사회>만의 감흥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담아내기에는 또렷하지 못한 만듦새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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