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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극의 명맥 <왕자가 된 소녀들>

불과 몇 십년 전의 일이라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 우리의 기억에서 까마득히 잊혀진다. 여성국극이 바로 그런 예이다. 1950년대 황금기를 누렸던 여성국극은 197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는다.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여성국극 배우들과 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국극은 모든 배역을 여자가 맡아서 공연하는 창극으로, 동서양의 고전에서 창작극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었다. 여성국극 전성기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현재 팬덤 문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열성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남장 배우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우렁찬 목소리, 당당한 걸음걸이, 숙련된 액션 연기에 반한 여성들이 극장 앞에 진을 치고 있을 정도였다.

여성국극 배우들은 자유롭고 신명나는 삶을 추구했던 인물들이다. 학교, 집, 결혼 등 평범한 선택을 뿌리치고 무대를 택한 이들은 공연을 통해 한판 신나게 노는 것이 좋고 여성들끼리 유대감을 나누는 생활이 즐거워서 여성국극단에 머물렀다. 인터뷰에 응한 원로 배우들은 여성이라는 현실과 남장을 하는 배역 사이에서 느끼는 정체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성국극이 몰락했던 주요한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1970년대 이루어진 전통문화 보존 사업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잣대로 전통문화를 지정하면서 여성국극은 사이비예술로 지목되어 국가적 지원과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일부 팬은 사재를 털어 여성국극의 명맥을 유지시키려 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았다. 현재는 국극보존회를 중심으로 여성국극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왕자가 된 소녀들>은 젠더, 예술, 제도에 대해 두루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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