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하이오, 건설현장 매니저인 커티스(마이클 섀넌)는 35살의 성실한 가장이다. 그는 며칠째 끔찍한 악몽에 시달린다. 폭풍우가 몰려오고 엔진오일 같은 갈색 비가 내리는가 하면 애완견이 갑자기 팔을 물어뜯고, 좀비 같은 사람들이 자신과 어린 딸 한나(토바 스튜어트)를 해치려 들기도 한다. 급기야 환영과 환청까지 시작되면서, 평온했던 커티스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진다. 이 모든 징후는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곧 인류를 쓸어버릴 거대한 폭풍우가 오리라는 것이다. 커티스는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으면서 방공호를 만들고, 아내 사만다(제시카 채스테인)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의 변화에 당혹감을 느낀다.
커티스의 불안은 멸망의 전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에게 찾아왔던 정신분열증이 이제 자신에게 시작된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 두 가지 불안, 즉 닥쳐올 재난과 광기라는 불안은 서로 모순된 것이기도 하다. 그에게 정신질환이 발병한 것이라면 불길한 전조들은 과대망상에 불과할 것이고, 만약 재난의 예감이 정확한 것이라면 그의 행동은 정상적인 반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중 어느 쪽이 맞는다고 해도, 아내와 딸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커티스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두 가지 공포에 동시에 맞서고,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극심한 불안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위기를 객관화해 최선을 다하는 커티스의 복잡한 심리를, 배우 마이클 섀넌은 크고 단단한 육체에 담아서 훌륭히 연기해낸다. 억눌렸던 공포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서 분출될 때 그의 연기는 매우 정직한 울림을 준다.
<테이크 쉘터>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미국의 평자들은 이 영화를 미국 중산층의 위기와 병적인 불안에 대한 알레고리로 이해했다. 대출금도 갚지 않은 집을 담보로 방공호를 짓고, 닥쳐올 위험에 대한 불안을 안고 버둥거리는 커티스의 모습은 분명 미국사회를 강타했던 경제 위기의 일면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 공포는 미국 바깥의 우리에게도 매우 가까운 현실감을 준다. 제프 니콜스 감독은 사소한 일상의 흔들림이 숨통을 조여오는 전 과정을 차분히 주시하며, 결국 묵시록적인 메시지까지 설득해낸다. 평온한 화면 속에 서늘한 기운을 불러들이는 솜씨 또한 좋다.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칸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 대상을 비롯해 3개의 상을 휩쓴 화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