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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손바닥에서 시작된 혁명

제3회 olleh국제스마트폰영화제, 개/폐막식 제외한 프로그램 무료

<도화지>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만 몰두하려 들지 않는다. 발터 베냐민의 언급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른손이 아니라 결정적 펀치를 날릴 왼손, 케케묵은 공론을 날려버릴 즉흥적인 강력한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장난감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필요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적 장난감, 캐주얼을 입은 영화의 세대교체, 남녀노소 누구나 영화감독이 되는 꿈의 영화제를 표방한 ‘제3회 olleh국제스마트폰영화제’가 열린다. 올해 무려 730편의 출품작이 모여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거대한 유행을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본선 진출작을 감상할 수 있으니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www.ollehfilmfestival.com). 일반상영은 4월18, 19일 양일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되며, 개막식(4월17일)과 폐막식(4월20일)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은 전부 무료로 볼 수 있다.

개막작은 봉만대 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도화지>다. 달리도와 마라도, 울릉도 등지의 분교생들이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난 결과를 담아낸 작품이다. 예상만큼 천진하고 낭만적이며, 또 아이들의 손을 거친 화면들이 자못 훌륭해 미소짓게 된다. ‘멘토스쿨’ 섹션에는 가수 나르샤, 배우 유인영, 일본 배우 후지타니 아야코가 참여해 각자의 단편을 완성했다. 이호재 감독이 멘토를 맡은 나르샤의 <벌레>는 자전적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성장영화로, 시네마틱한 복고풍 화면에 담긴 연출자의 진심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초반 공터에서의 지미집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 신은 전부 핸드클립과 숄더클립 등 간소한 장비를 사용해 촬영됐다. 이무영, 강동헌 감독이 멘토로 참여한 유인영의 <풍선>은 발칙한 에로틱코미디를 표방한 청춘드라마이다. 여배우의 시선에서 그린 연인간의 직설적 관계를 살피는 것도 흥미롭고, 갤럭시노트2의 카메라에 렌즈를 부착해서 촬영한 화면을 유심히 살피는 것도 즐겁다. 후지타니 아야코의 <The Doors>는 <스토커> 촬영 당시 미국에 머물던 정정훈 촬영감독이 멘토로 참여한 영화이다. 아이폰5로 찍었고, 이국적 배경 위에 덧붙여진 판타지적 요소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작이다.

3가지 섹션으로 나뉜 경쟁부문영화들은 총 25편이다. 그중 ‘국내일반’이 13편으로 가장 많다. 여느 촬영기재에 뒤지지 않는 스마트폰 고유의 화질을 이용한 드라마투르기 작업들이 다수 포진됐는데, 발레 토슈즈의 접사로 시작하는 단편 <꽃의 왈츠> 등 개인적 정서를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좁은 공간에서 촬영할 수 있는 기재의 특성을 살린 작업도 보인다.

<그와 그녀 사이> <ONE DAY> <김여사와 함께 춤을> 등 감독의 개성을 높이고 영리하게 작업환경을 활용한 작업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밖에 <24개월 후>와 같이 경쾌한 좀비극을 감상할 수도 있고, 다큐멘터리 <내 삶의 커멘터리>, 연출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Last Valentine…> 등 영화를 만드는 이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들도 감동적이다. 현대적 자화상의 모델, 스마트폰이 가져온 작은 혁명일 것이다.

‘청소년부문’에 진출한 작품은 모두 6편이다. 제각각 개성을 담아 귀엽고도 거친 방식으로 포장됐다. <말티즈>나 <보드마카>와 같이 실험적 욕구가 발견되는 영화도 보이고, <전학생>이나 <찾아드림>처럼 드라마를 향한 씩씩한 발걸음이 느껴지는 작업도 있다. ‘해외부문’ 섹션에는 총 6편이 초청됐다. 제각각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들 사이에 <SuperSam>과 <Overboard>를 통해서는 아이폰과 만난 뮤직비디오 양식의 진화를 느낄 수 있고, <Lucille in Love: “I saw You”>와 <SYNC> <Navigation>을 통해서는 감독의 유니크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