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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무의식과의 게임

3월29일 영국에서 개봉한 대니 보일 감독의 새 영화 <트랜스>

<트랜스>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 대니 보일의 신작 <트랜스>가 부활절 휴일을 앞둔 지난 3월29일 영국에서 개봉했다. <트랜스>에 대한 영국 평단의 기대는 영국 영화계를 오랜만에 뜨겁게 달궜다. <트랜스>개봉에 맞춰 <BBC>는 ‘대니 보일 특집’을 따로 편성해 그의 영화인생을 조망하며 <트랜스>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겼으며, 쿠존 시네마, 뷰 등 런던을 대표하는 주요 영화관들은 영화가 개봉하기 하루 이틀 전에 ‘대니 보일과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갖는 특별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2001년 만들어진 동명의 TV영화가 원작인 <트랜스>는 젊고 유능한 미술품 경매사인 사이먼(제임스 맥어보이)이 미술품 전문 절도단 프랭크(뱅상 카셀)의 강탈 계획에 우연히 가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사이먼은 프랭크를 도와 고야의 그림을 빼돌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벌어진 어떤 일 때문에 기억을 잃고 그림을 숨겨둔 장소마저 잊어버린다. 프랭크는 사이먼을 닦달하며 기억을 일깨우려고 하지만 그의 기억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사이먼은 잊혀진 기억을 찾기 위해 테라피스트 엘리자베스(로자리오 도슨)를 만나게 된다.

영화는 사이먼이 엘리자베스를 만나 무의식(trance)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관객과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한다. 특히 <트랜스>는 “단 한번도 여성을 영화의 중심에 그려넣은 적이 없던” 대니 보일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감독은 3월27일 런던 소호의 쿠존 시네마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로자리오 도슨이 연기하는 엘리자베스가 이 영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말했다. 더불어 <트랜스>에는 “배우들이 혹은 이야기가 전하지 않는 내용을 신(scene) 스스로가 전하는 장면들이 있다”며 영화의 각 장면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연출관도 밝혔다. 그의 말대로 대니 보일 특유의 카메라워크와 편집은 사이먼을 연기한 제임스 맥어보이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와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일으켰다. 사이먼이 느끼는 감정, 공포, 절망감이 과연 실제하는 감정인지 그의 무의식 속의 감정인지, 관객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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