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까지 긴장국면이다. 꽃잎이 날려야 할 때에 진눈깨비가 날린다. 정녕 박근혜정부(고유명사라 꼭 붙여 써야 한다고 중차대한 시기에 청와대 대변인이 중차대하게 강조했답니다)는 2008년에 들어섰어야 했나. <시사IN> 남문희 기자의 분석대로, 그랬다면 김정일도 김정은의 큰누이 김설송을 후계자로 내세워 남과 북에서 여성 리더십이 나란히 만개했으려나.
위기불감증이라고들 하지만 글쎄. 나와 내 주변은 무념무상에 가까운 편이다. 또 저러다 말겠거니 학습효과 때문만도 아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건 그대로 모두가 즉사한다는 뜻이니, 단 하루를 살아도 평소처럼 평화로운 마음… 으로 지지고 볶자는 거지. 굳이 국정철학 따지지 않아도 우리는 지난 수년간 충분히 ‘철학’하고 지내왔다. 그것이 ‘안보’든 ‘안전’이든 ‘생존’이든. 그런 까닭에 김정은의 돌출행동을 염려하면서도 별일없이 하루를 사는 것이다. 오히려 훨씬 더 구체적인 전쟁은 진주의료원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전쟁 위기는 너무도 즉각적이고 대량적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그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위험과 공포이기 때문에 오히려 맘 편히 받아들여진다. 다 죽으면 덜 억울하다. 아닌 말로 이건희도 국내에 있다잖아.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것은 두고두고 차별적으로 순차적으로 문제를 키우기 때문에 ‘촉’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벚꽃놀이하는 동안 늙고 돈 없고 갈 곳마저 없는 환자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해서는 안되는 거다. 전쟁에 따른 참사보다 자치단체장의 몽니에 따른 참사가 역설적으로 더 비극적일 수 있다. 김정은이 떼쓰는 건 맥락이라도 읽히는데 노조를 저주하는 당신의 멘털은 밑도 끝도 안 보여.
900은 등성이를 넘기 직전의 느낌을 주는 숫자다. 어떤 의미의 완전수랄까. 만 18년. 성인이 된 씨네리와 마음 편히 욕할 수 있어 좋다. 김정은 18. 홍준표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