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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대통령 할 사∼람

혼란스러운 이탈리아 정국에서 화제가 된 정치영화 <환영합니다 대통령> <자유 만세>

<자유 만세> 포스터

<환영합니다 대통령>

요즘 이탈리아 극장가의 최고 화제작은 정치영화들이다. 이를테면 로베르토 안도 감독의 <자유 만세>(Viva la liberta)와 리카르도 밀라니 감독의 <환영합니다 대통령>(Benvenuto Presidente) 같은 영화들. 이 두편은 지난 2월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치렀던 이탈리아 총선 이후 개봉한 영화들이다. 이탈리아는 총선 이후 아직도 새로운 정부가 출범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 정치영화들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높다.

<환영합니다 대통령>의 페피노 가리발디는 숲속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도서관 사서로, 역사에 관심이 많고 낚시를 유난히 좋아하는 평범한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아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로마의 정치인들이 이탈리아를 통일시킨 19세기 위인인 주세페 가리발디와 같은 성을 가진 사람 중 한명을 대통령으로 세운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그래서 그중 하나인 페피노 가리발디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 영화는 개봉 첫주에 이탈리아 박스오피스에서 2위를 차지하며 243만유로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여러 매체들은 <환영합니다 대통령>의 인기 비결을, 총선 이후 한달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정부 출범을 못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현실을 코믹하게 묘사함으로써 어수선한 정국 탓에 혼란을 겪는 이탈리아 관객에게 웃음으로 위안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2월에 치른 이탈리아 총선의 특징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 정당의 부상이다. 기존 정치 세력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이 정당은 정치에 경험이 전혀 없는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성운동 정당을 이끄는 사람은 코미디언 출신의 베페 그릴로다. 그는 코미디언으로 활동할 당시 정치에 대한 신랄한 해학과 정치인 풍자로 이름을 알렸으며, 1993년 방송계를 떠나 이탈리아의 광장과 극장에서만 관객을 만나온 소신있는 인물이다. 그는 2009년부터 오성운동 정당을 만들고 정치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민주당은 중도연합, 오성운동과 연정을 시도하고 있지만 오성운동은 기존 정당의 정책과 정치를 비판하며 “어떤 정당과도 손잡지 않겠다”고 밝혀 현재 어떤 정당도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세번씩이나 총리직을 겸임했던 사실이나 올해 코미디언이 주도하는 오성운동이 등장한 점에 대해 세계 금융계의 황제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인가”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실정이라면 어쩌면 <환영합니다 대통령>의 페피노 가리발디 같은 인물을 찾아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도 이탈리아에서는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편 이탈리아의 불안한 정치 실정을 다룬 또 다른 영화 <자유 만세>는 한 야당 정치인을 부각하며 그를 통해 정치세계와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고 있다. <환영합니다 대통령>에 비해 훨씬 색채가 무거운 영화다. 난니 모레티, 파울로 소렌티노, 마티오 가로네 감독의 대를 이은 로베르토 안도 감독은 이탈리아의 현실을 직설 화법 대신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감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