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영화의 운명을 돌이킬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해 파산보호신청을 한 이스트만코닥(이하 코닥)의 뒤를 이어 4월 초 후지필름도 공식적으로 영화필름 생산을 중단했다. 4월3일자 ‘데드라인닷컴’에 따르면 후지필름이 생산을 종료할 필름의 종류는 컬러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필름, 흑백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필름, 인터미디어트 필름(원본 필름 손상을 막기 위해 중간 복제용으로 사용하는 필름), 사운드 레코딩 필름, 하이 콘트라스트 판크로마틱 필름 등이다. 그동안 스튜디오의 필름 영화 생산량 중 후지필름이 차지해온 비율은 20% 정도였다. 나머지 80%는 코닥이다.
후지필름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필름 생산 중단을 고려해왔다. 당시 ‘데드라인닷컴’ 기사에 따르면 후지필름 대변인은 “산업 내 디지털화에 따른 (필름의) 극명한 수요 저하로 인해” 영화필름 상품 중 “일부 아이템”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필름 생산을 전면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카이브 보존용 필름(ETERNA-RDS)은 계속 생산한다. “장기 보존에 최적화된” 매체로서 필름이 디지털 매체보다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외에 디지털 필름 카메라 렌즈, 영사 장비, 데이터 저장매체, 현장 색채관리 시스템 등도 지속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후지필름으로 찍은 영화는 점점 사라져갈 예정이다.
한편 코닥도 여러 자구책을 강구 중이다. 파산보호신청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물론 구글-애플에 디지털 이미지 특허권을 5억2천만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3월 코닥의 안토니오 페레즈 최고 경영자는 “올 상반기 이후 파산보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앞으로는 필름회사에서 상업인화 전문회사로 변신하여 디지털 프린트 사업과 상업용 필름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영화산업 전반의 디지털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도, 필름영화의 소멸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