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조합시대가 열렸다. 지난 4월1일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사단법인으로서의 새 출발을 선언했다. 2005년 조합이 설립된 지 8년 만이다. 새로 출범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뿔뿔이 흩어져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한 그간의 과오를 거울삼아 앞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적극 대변할 것을 천명했다. 이날 한국영화감독조합은 감독표준계약서도 발표했는데 그간 유명무실했던 표준계약서와 달리 기획개발표준계약서와 감독표준계약서로 나뉜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양식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제작자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촬영감독조합, 미술감독조합, 시나리오작가조합, 영화산업노조, 여성영화인모임 등 여타 영화단체와도 긴밀한 연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에 자극받아 그간 현장 스탭들 중심으로 한정되어왔던 움직임이 영화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그간 전체 공정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음에도 정작 영화계 내부에서조차 음지에 가까웠던 마케팅 분야에서 그 첫 포문을 열 예정이다. 마케팅조합을 위한 준비모임을 이끌고 있는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그간 영화계에서의 역할에 비해 마케터들의 처우와 공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차근차근 의논해봐야겠지만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현재 마케팅 대행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며 참여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단지 조합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간 과잉경쟁을 막을 수도 있는 소통의 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퍼스트룩의 이윤정 대표 역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구성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직은 그릇을 빚는 단계”라는 말과 함께 “그래서 더욱 그릇 자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영화 호황기를 맞아 공정한 시장질서와 각 분야 영화 종사자들의 권리를 확립할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