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김선주가 “생선이면 몰라도 감자를 살 때는 어느 누구도 냄새를 맡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처럼, 대체 뭘 보고 골랐는지 대통령의 특이한 ‘취향’ 외에는 도무지 설명이 안되는 인사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퇴장했다. 개중에는 수사를 받아야 할 자들도 있다. 잇따르는 정책들도 당황스럽다. 국가의 책무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망실되는 느낌이다.
1억원 이하 빚을 지고 6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한 사람에게는 빚을 대폭 줄여주겠다는 국민행복기금 운용계획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변변한 재산 없이 빚을 몇 천만원 졌지만 꼬박꼬박 이자를 내온 사람에게는 혜택이 없고, 몇 천만원이라도 자기 재산이 있는데 1억원 빚을 얻고서 이자조차 제대로 내지 않아온 사람에게는 1억원에서 재산을 뺀 나머지 빚에 대해 최대 절반까지 탕감해준다고? 거칠게 가정해, 만약 앞의 사람은 생계형 채무자고 뒤의 사람은 불미스런 이유로 가산을 탕진한 이라면? 십수년 전 홍콩에서 연체자 파산 완화 정책을 펴자 3년 사이 연체자가 열배로 늘어 난리가 났었다. 벌써부터 전국의 ‘김미영 팀장’들은 돈 풀리니 돈 빌리라는 안내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2월 한달 연체율 이상 증가도 심상치 않다. 정녕 (빚진) 국민들의 행복을 도모한다면, 살인적인 고금리만이라도 일괄해서 낮추는 게 우선이다.
무분별한 대출로 배를 불려온 금융기관에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당연히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 문제는 조사인력을 대폭 확충해 은닉재산을 찾아내고 성실이행 여부를 조사해 무효화시키겠다는데, 이거야 원, 젊은 할머니가 손주 봐주면 재산 상황, 소득 정도 가리지 않고 월 40만원씩 주고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가가호호 조사하겠다는 정책이랑 쌍벽을 이룬다. 무슨 이런 피해의식 ‘돋게’ 만드는 ‘듣보잡’스러운 정책이 다 있을까. 게다가 부작용에 대해서는 앵무새처럼 감시/적발/처벌 강화다. 불필요한 야경(夜警)이다.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감시망을 강화할 게 아니라 거두거나 바꾸는 게 마땅하다. 우리 공무원들이 이런 것도 조율 못하는 바보는 아닐 텐데 아무도 ‘노’라고 하지 못하나 보다. 디테일에 유독 집착하는 대통령의 취향을 위해 이 많은 낭비와 논란을 감당하다니. 음식하려고 감자를 고른 게 아니라 싹 틔워 꽃 보려고 고른 거였나봐(그래도 모양을 보지 냄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