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처 슈퍼바이저 유태경
-<미스터 고>에서 크리처팀의 역할은 무엇인가. =모델링팀이 고릴라의 형태를 만들어 크리처팀에 보낸다. 크리처팀은 고릴라가 움직일 수 있도록뼈대를 만들어 심고, 움직임에 따라 적절하게 형태가 변형될 수 있도록 만든다. 고릴라의 여러 움직임을 테스트한 뒤, 그 데이터를 애니메이션팀에 전달한다. 애니메이션팀은 그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야기가 요구하는 고릴라의 움직임을 연출한다. 애니메이션을 끝낸 데이터는 다시 크리처팀으로 보내지고, 크리처팀은 털을 붙이고 옷을 입히는 등 필요한 요소들을 점검한 뒤 여러 파트에 전달한다. VFX 제작 파이프라인의 중간에서 크리처팀은 렌더링팀, R&D/FX팀, 애니메이션팀 등 여러 팀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릴라의 움직임을 구상하기 위해 참고했던 자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감독님, 정성진 슈퍼바이저와 함께 일본의 동물원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하오코’라는 고릴라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긴 시간 동안 하오코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고릴라 자료는 전부 수집했다.
-고릴라의 실제 모습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을 것 같다. 표현하고 싶었던 고릴라의 모습이 있었나. =<미스터 고>의 고릴라와 흡사한 이미지의 고릴라가 인터넷에 있었다.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릴라를 작업한 뒤 1차 테스트를 했는데, 너무 다큐멘터리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약간 사랑스러운 느낌의 고릴라에 치중해서 만들어봤는데, 과잉이더라. 사실과 영화적인 표현 사이의 접점을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찾아갔다.
-고릴라라는 디지털 캐릭터와 실사 촬영 장면을 오차없이 합쳐야 하는 매치무브 작업도 힘들었을 것 같다. 특히 3D라서 작업하는 데 다른 점이 있나. =입체 촬영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움이 많았다. 특히 깊이값과 렌즈 왜곡은 입체에서 더 복잡했다. 깊이값을 위해 모든 세트를 3D로 스캔하거나 사진측량을 바탕으로 다시 만들어 정확한 깊이값을 맞췄다. 렌즈 왜곡은 촬영팀,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협력해 해결했다.
-크리처팀으로서 유독 힘들었던 장면은 뭔가. =쉴 수 있는 컷이 없었다.
R&D 슈퍼바이저 최완호
-고릴라 링링과 레이팅의 털을 직접 개발했다고. =애니메이터가 VFX의 아티스트라면 프로그래머인 나는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다. 털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 당시 리듬 앤 휴즈(Rhythm & Hues) 소속의 김태용 박사님이 프로그램의 초기 개발 방향에 도움을 주었다.
-기존에는 털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없었나. =상용화된 프로그램은 몇개 있다. 그러나 영화에 따라 털의 움직임, 털의 질감 같은 요구 조건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 영화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수적이었다. 프로그램 개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크리처팀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다가 추가 기능을 요구하면 그때마다 그 요청을 프로그램에 업데이트해야 했다. 자체 개발한 까닭에 검증이 안된 프로그램이라 익숙하지 않은 기능도 많고, 필요한 모든 기능을 처음부터 반영하지 못했는데, 크리처팀은 주어진 기능을 알아서 잘 썼다. 항상 감사하다.
-털을 구현하는 데 관건은 무엇이었나. =옷, 사물 같은 무언가에 털이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가령, 야구 유니폼을 입었을 때 털이 눌리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살짝만 삐쳐나오는 부분도 있다. 그런 것처럼 여러 상황에 맞는 털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구현하는 게 힘들다.
-링링의 경우, 털 작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나. =처음에는 500만 가닥 정도로 잡았다. 이 정도 개수의 털을 한 가닥씩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티스트가 대표성을 지닌 털(전체의 1∼3%의 개수)을 띄엄띄엄 배치하여 빗질하듯이 만들고, 프로그램은 이 정보를 토대로 비어 있는 곳에 털이 자동적으로 생성되도록 했다. 물론 털의 개수가 적을수록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수많은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았다. 최종적으로 80만 가닥 정도의 털로도 충분히 털의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털의 움직임이 가장 많은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아무래도 액션이 많은 야구 시합 장면과 링링, 레이팅 두 고릴라가 싸우는 장면이다.
-털 작업을 처음 시도해본 소감이 어떤가. =경험이 있었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첫 시도다 보니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털의 모양을 수시로 수정하고, 또 수정해야 했다. 그런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는 거다.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