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처럼 숏의 통일성으로 신을 구분한다면, <필름 소셜리즘>은 3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각 장면들엔 소제목이 붙는다. 지중해를 가르는 유람선을 담은 1부 ‘이러한 사물들’, 부모에게 자유와 평등, 연합(우애)에 관한 설명을 요구하는 남매의 이야기인 2부 ‘유럽이여’, 그리고 3부 ‘우리의 휴머니티’. 카메라는 진실과 허상의 전설을 담은 6개의 장소들(이집트, 팔레스타인, 오데사, 그리스, 나폴리, 바로셀로나)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제목이 ‘소셜리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철학자 장 폴 쿠르니에가 이를 잘못 읽어 ‘필름’이란 단어를 붙였고, 이를 들은 고다르가 ‘소셜리즘을 알리는 영화’라는 뜻으로 그대로 썼다고 한다. 프랑스 주간지 <레쟁록큅티블>의 인터뷰에 따르면 애초에 구상은 2부 ‘마르탱 가족’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캐릭터는 영혼이 담긴 대사가 없는, 그래서 결코 닫힌 구조의 이야기가 되지 못하는 상태였고, 이에 고다르는 이들 캐릭터가 마치 ‘동상’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자연스럽게 이 해석은 ‘고대의 조각상’과 연관됐고, 이후 조각상들의 경로를 그리면서 ‘지중해’와도 연결된다. 지중해의 너른 바다는 레옹 도데의 소설 <셰익스피어의 여행>(1896)을 떠올리게 하였으며, 이에 크루즈를 끌어들였다고 고다르는 밝히고 있다. 실제 1부의 배경이 되는 배는 이탈리아의 초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다. 이 배는 촬영이 끝난 뒤 2012년 1월에 암초에 부딪혀 좌초된 것으로 세간에 오르내렸다. 퐁피두센터에서 열렸던 고다르의 특별전 <Voyage(s) en utopie>에서 유람선은 마치 디즈니랜드마냥 ‘소비와 레저의 장소’로 그려진 적이 있는데, 이는 오늘날 사회주의가 취한 모습 ‘향락과 소비를 통해 스스로를 어리석게 만든다’는 영화 속 논리와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