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고구려가 통일을 했더라면…” 중얼대곤 했는데, 요샌 “노무현 때 차라리 대연정을 했더라면…” 소리가 나온다. 물론 이불 쓰고 나 혼자서. 권력을 뭉텅 내주고 선거 제도만이라도 바꾸었다면 이렇게 거대 두당을 뺀 다른 정당들이 말라죽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어차피 통째로 두번이나 내줄 권력이었는데. 두당도 지금 죽 쑤기는 마찬가지니, 그야말로 부질없는 가정이구나. (그는 참으로 자기 한계를 모르고 뭐든 뛰어넘으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모했거나 용맹했거나.) 정부조직법 하나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리더십의 위기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보다는 국회의원 하나하나가 정치인이 아닌 생활인이 되어버려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줄줄이 식솔이 달린. 면면을 보면 참으로 밥벌이에(만) 질기다. 한때 ‘소장파’를 자처했던 이들은 어느덧 중진이라고 보신에나 골몰하고, 민주화운동 경력을 훈장처럼 내걸던 386들은 계파 싸움에 날밤 새운다는 그나마 옛날 옛적 소식을 끝으로… 후 이즈?
정치는 말과 얼굴로 하고 행정은 귀와 손발로 한다는 얘기가 있다. 31조원 규모의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부도 위기’에 처한 걸 보면서, 자기(조직)의 한계를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개별 인간에게도 그렇지만 행정 책임자에게 더욱 그렇다. 한정된 자원으로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자기 ‘미감’의 한계만이라도! 쫌! 행정 책임자의 미적 감수성이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서울 곳곳의 각종 ‘덩어리들’이 말해주고 있잖아.) 파국을 맞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과정과 규모를 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 뒷감당을 못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난데없이 시장직을 걸었다는 설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피해는 산더미인데 책임지는 자는 없다. 짝패였던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은 무슨 똥배짱으로 국회의원까지 되려는 걸까(제 입으로 할복 운운하는 바람에 성접대 입길에 오르내리는지 괜히 알아버렸네. 이런 노이즈 마케팅 같으니). 오 전 시장이 ‘자뻑 모드’로 일을 벌일 때 옆에서 설레발친 전문가들, 공무원들, 이해관계자들은 해커 집단에 버금가는 ‘악성 바이러스’ 유포자들이다. 판단을 마비시키고 기능을 정지시킨다. 사이버 테러에만 보안과 색출이 필요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