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랑의 밀어 따위는 없다. 머리끄덩이 잡기는 예삿일. “너 같은 미친X는 정말 처음”이라는 발사에 “이런 개 같은 XX가”라는 폭격으로 받아치는 식이다. 연애 초기의 설렘과 흥분이 가라앉은 오래된 커플에겐, 식어버린 온도에 딱 맞는 ‘생활형 연애’가 남아 있을 뿐이다. <연애의 온도>는 3년째 비밀연애를 해온 직장동료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의 결별 스토리다. ‘헤어져’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마이클 더글러스, 캐서린 터너가 죽자고 부부싸움을 하던 <장미의 전쟁>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메가톤급 치졸한 공방전이다. 선물했던 노트북은 부서져서 되돌아오고, 호의로 줬던 돈은 모두 빚으로 셈해지는 살풍경의 현장에서 사랑은 지긋지긋한 현실이 된다.
사랑에 빠지는 건 3초의 찰나로도 가능하다지만, 그 사랑에서 벗어나는 데는 그 몇백 곱절의 노력이 필요한 게 연애다. <연애의 온도>는 지극히 사실적인 상황과 구어체적인 대사로 현실적인 날것의 연애를 낱낱이 묘사한다. 판타지로 포장하는 ‘멜로’ 대신 일상의 연애를 다루자는 의도인데, <연애의 목적> 이후 이어진 <러브픽션> <나의 PS 파트너> <남자사용설명서> 등 최근 한국 멜로영화의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이다. 영화의 의도가 현실의 연애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인 만큼, 이 도전의 핵심은 얼마나 더 리얼할 수 있느냐다. 티격티격하는 싸움을 묘사하는 전반부의 코믹 터치 이후, 영화는 사내 비밀연애, 불륜, 원 나이트 스탠드 등을 훑으며 꽤 진지한 톤으로 일관한다. 인서트컷으로 사용된 다큐멘터리 형식의 인터뷰 역시 사실적 질감에 일조하려고 사용한 효과적 장치다.
한 가지 알아둘 건 이 야단법석의 결별 스토리가 결국 성공적인 연애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희와 영을 오가며 그들의 사랑을 비밀로 지켜왔던 직장동료 박 계장(김강현)의 입장에서 정리하자면, “저것들 또 싸우네”이자 어디까지나 커플의 탄생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