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인터넷 전화를 기웃대다가 ‘유사시를 대비해’ 집전화를 놓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나만 이렇게 무서운 거니? 해군/공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장성들의 주말 골프가 논란이 된 것을 보고서야 “상황이 심각하구나” 느꼈다는 이들이 있다. 물론 그걸 보고 안심했다는 사람도 있다(종종 우리 군 고위직들은 이런 식으로 기여를 해주신다. 심지어 “김정은 정권 지구상 소멸”을 경고하고 “제한없는 보복응징”을 다짐하며 “눈과 귀를 다 열어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던 국방부 대변인조차 돌아서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아, 진정한 국방 패션의 완성). 북한의 군사행동은 더이상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으로 국방부가 발표했으나(앞서 눈과 귀를 열고 골프 친 대변인 발표임), 말은 더 험해졌다. “청와대 안방”, “독기어린 치맛바람” 운운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꼭 19년 전인 1994년 3월 1차 북핵 위기 때의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이렇게 독한 말들이 난무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김일성, 김정일 같은 노회함이 없는 김정은이 나는 걱정스럽다. 겁먹은 개일수록 크게 짖는 법이다. 모쪼록 고운 우리말을 써주시길 “괴뢰들의 소굴”에 살고 있는 “민족”의 한명으로 호소한다. 아울러 군사대비태세 때문이 아니라 다음달로 예정된 장군 인사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우리 군도 “무분별한 골프와 과도한 음주회식을 자제”해줄 것을 국방장관 명령이 아니라도 간곡히 호소한다.
마광수 아저씨가 한 말인가.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권태라는. 수십만 장병을 거느리고 천문학적인 세금을 쓰는 그들을 이렇게 권태롭게 만든 건 무엇일까. 문득 학교 폭력과 남북 대치의 유사성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난감하고 엉뚱한 처방이 난무한다. 불안과 욕망이 눈과 귀를 가리는 탓이다. 분단 상황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이 존재하고 공교육 붕괴로 이득을 누리는 집단 또한 존재한다. 해결책은 하나다. 공동체성을 지켜야만, 협동하고 도와야만, 너도 살고 나도 산다. 더 많은 감시카메라가 폭력을 막아주지 못하고 더 많은 무기들이 평화를 장담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본질을 은폐하고 상황을 악화시킨다. 상상력을 옥죄고 책임자들을 나태하게 만든다. 그사이 사람도 죽고 생각은 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