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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부활한 액션 본능
송경원 2013-03-21

존 추 감독의 <지.아이.조2> LA 3D 컨버전 워크숍 현지보고

여자아이들에게 바비 인형이 있다면 남자아이들에게는 지.아이.조가 있다. 국내에선 1980년대 말 G.I.유격대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잠시 인기를 끌다가 이내 사라진 완구 시리즈 중 하나에 불과지만 북미 지역에서 지.아이.조 시리즈의 인기는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다. 1964년 유명 장난감 회사인 ‘하스브로’가 경쟁사 ‘마텔’의 히트상품인 바비 인형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지.아이.조 시리즈는 당시 남자아이들을 공략한 이례적인 상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82년 마블 코믹스에 연재되며 인기에 더욱 탄력을 받은 이 특공대원들은 이후 80, 90년대를 주름잡으며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히트 캐릭터들을 남겼다. 출발은 아동용 완구에 불과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넓고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것이다. 늘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할리우드가 이제껏 놔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만큼 매혹적인 아이템이다. 2009년, 드디어 실사영화화되며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개막을 알렸던 지.아이.조가 2013년 더욱 강력하고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이번엔 3D다.

왜 3D인지 확인하는 자리

하지만 참 우여곡절이 많은 3D다. 애초에 2012년 6월경 개봉예정이었지만 2D로 제작된 영화를 3D로 변환하기 위해 개봉을 무려 1년 가까이 연기한 것이다.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개봉날짜를 확정지은 영화가 이를 철회하고 다시 작업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봉을 미룬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게다가 애초에 3D로 작업한 영화도 아니니 그 앞에 여러 문제가 쌓여 있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3D 변환 작업에는 3D영화 제작 이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순히 비용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큰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작품의 질적인 측면에서 봐도 애초에 3D영화로 기획된 것이 아닌 만큼 얼핏 생각해볼 때 한계가 예상된다. 관객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놓고 개봉을 연기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애초부터 3D 제작이 아니라 변환 작업을 거친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아야만 하는 불리함도 있다.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아이.조2>는 3D로 재작업하는 쪽을 택했다. LA에 자리한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지.아이.조2> 3D 컨버전 워크숍(Conversion Workshop)은 바로 그 ‘굳이’의 이유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 제작자 로렌조 디 보나벤투라는 전세계 기자들을 불러놓고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시라.”

4분가량의 스페셜 3D 영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전작에서 죽은 줄 알았던 스톰쉐도우(이병헌)다. 눈보라 치는 절벽 위의 산장, 좁은 회랑에서 숙적 스네이크 아이즈와 마주친 스톰쉐도우가 다짜고짜 수리검을 날린다. 그걸 하나하나 쳐내는 스네이크 아이즈. 이내 두 닌자의 둔탁한 난투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여전사 레이디 제이(애드리안 팰리키)가 난입하여 스톰쉐도우를 기절시킨다. 의식을 잃은 스톰쉐도우를 납치하는 스네이크 아이즈와 레이디 제이, 그리고 그를 쫓는 코브라 군단. 이어지는 활강 신에서는 줄 하나에 의지해 절벽을 타는 닌자들의 아찔한 고공 액션을 만끽할 수 있다. 부드러운 공간감을 강조하는 최근 3D영화의 추세와 달리 눈의 피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과감한 팝업 효과와 절벽을 뛰어다니는 와이어 액션이 만들어내는 입체감이 만만치 않다. 그야말로 액션의, 액션을 위한, 액션에 의한 3D 시퀀스다. “속편은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재밌어야 한다. 지.아이.조 대원들과 함께 뒹굴고 구르며 모험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것을 위한 3D다.” 자신감에 찬 존 추 감독의 발언이 그제야 이해가 간다.

현실감을 위해 강화된 드라마

군인을 베이스로 한 <지.아이.조> 시리즈는 최첨단 무기와 고도로 훈련된 슈퍼 솔저를 컨셉으로 한다.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과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핵심은 어디까지나 ‘현실감’에 있다. 갖가지 최첨단 무기가 등장하지만 그 어느 것이나 있을 법한 것들이며 액션 역시 인공적이라기보다는 육체적인 질감을 기반으로 한다. <스텝업 3D>에서 몸으로 구현하는 3D의 한 완성형을 보여줬던 존 추 감독 또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무기와 규모 있는 전투장면만큼 중요한 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각 인물의 드라마를 강화했고 액션에 무게감을 더하려 노력했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지.아이.조 완구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눈을 현혹하여 착각을 일으키는 3D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3D라는 게 파라마운트쪽 설명이다. 기대 이상의 입체감으로 무장한 영상에 덧붙여 감독과 제작자의 열변을 듣고 나니 왜 굳이 3D여야만 했는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비록 전작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은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을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지.아이.조2>는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라는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희망을 걸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팬들을 오래 기다리게 한 만큼 시각적인 입체감을 넘어서서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되살리는 영화가 되길 부디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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