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이미지의 스타 배우, 스스로 하나의 장르가 된 고독한 사나이, 오스카가 사랑한 감독, 진정한 보수주의자. 그를 향한 수식어는 무수하게 쌓여 있지만 한두 마디로 온전히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살아 있음에도 이미 역사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사나이,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가히 결기라 부를 만한 그 뚝심을 중심에 두고 세월의 나이테를 두를 때마다 굳건해지는 나무. 동시에 화려하고 풍성한 가지를 자랑하며 주변에 휴식 같은 그늘을 드리우는 존재감. 그 거대함은 도저히 한두편의 글로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그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사전이 필요하다.
마크 엘리엇이 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런 점에서 독보적이다. 영화사(史) 학자인 저자는 자신의 특기를 십분 살려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역사를 총체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조망한다. 대개의 전기가 대상에 매료되어 찬사와 경탄을 늘어놓는 것에 몰두하는 데 반해 이 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지나온 거의 모든 궤적을 훑으며 그 명과 암을 공평무사하게 서술하고 있다. 부록의 색인과 주석만 간단히 읽어봐도 이 책이 클린트 이스트우드라 불리는 삶을 얼마나 촘촘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살피고자 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평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클린트 이스트우드’학 사전에 가까우며 때문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깔끔한 제목은 그같은 자신감의 발로처럼 보인다.
거의 모든 일을 시작할 때마다 주위의 만류를 들어야 했고 때론 실패와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이 죽음과 끝을 준비할 때조차 그는 여전히 오늘을 살고 있다. 인생을 골프의 후반 9홀에 비유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 고독한 사나이는 한손에는 열정을, 다른 한손에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숙함을 거머쥔 채 지금도 하루하루를 역사로 만들고 있다. 오늘날 영화공장 할리우드에서 꿋꿋하게 ‘미국영화’의 아름다움을 쌓아가며 우리의 경탄을 자아내는 시네아스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물론 앞으로도 이 역사의 페이지는 더 추가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