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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적 설정이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3-03-12

쇼박스 한국영화팀 김도수 부장

“생각할 게 많아졌다.” 쇼박스 한국영화팀 김도수 부장은 40대 관객의 증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관객층이 다양해진 만큼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란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 가지고는 안돼, 좀더 영화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장년층의 극장 유입 현상을 지켜보면서 ‘영화를 좀더 쉽게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는 “다양한 영화를 아우를 수 있는 쇼박스의 원칙을 강조”한다. “<도둑들>은 가족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전 연령층을 아우른 장르영화였다. 그런 영화를 꾸준히 내놓을 수 있다면 40대 이상 관객도 쇼박스 영화를 좋아해주지 않을까 싶다.”

-<7번방의 선물>(1월23일 개봉) 개봉일로부터 2주 전,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박수건달>(1월9일 개봉)이 먼저 개봉했다. =두 영화 모두 시나리오, 기획 등 여러 면에서 비슷했던 작품이다. 개봉이 2주 차이지만 극장에 함께 걸리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

-두 영화 모두 가족 관객을 메인 타깃으로 설정한 작품이다. 과거 충무로에서 가족을 메인 타깃으로 한 영화는 인기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가족을 메인 타깃으로 설정한 영화가 유행에 민감하고, 컨셉이 분명한 장르는 아니다. <7번방의 선물>과 <박수건달>은 과도한 신파라는 점이 닮았다. 그 지점이 지난해 영화산업이 키워놓은 많은 관객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신파나 촌스러운 설정이 영화하는 사람들에게는 걸리는 게 있다. 가령 <박수건달> 후반부에 수민(한송이)과 미숙(정혜영)이 헤어지는 장면이 너무 촌스러워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반인 모니터링을 해보니 그 장면에서 사람들이 많이 울더라. 나는 되게 거슬리고, 짜증이 나는데, 반대로 일반 관객은 그런 지점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갈등이 많이 생긴다.

-최근 한국영화의 고공 흥행은 불황에서 오는 불안감에서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주류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관객이 박스오피스의 화제작에만 쏠리는 현상도 이러한 국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제일기획이 소비자 인식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불황 5계는 현재 영화산업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능지계. 불황일수록 본능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가족지계. 불황일수록 가족과 관련된 정서를 건드려라. 보상지계. 영화는 관객에 정서적인 위안을 주고 어떤 보상을 해줘야 한다. 청년지계. 어른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다. 상표지계. 어떤 문화 콘텐츠를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를 때 브랜드 상표 중심의 문화 콘텐츠를 선택하라. 그러니까 유명 감독이 연출하고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선택하라. 그 점에서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의견이다.

-그간 쇼박스 역시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한 영화를 여러 편 투자/배급해왔다. <챔프> 같은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박수건달> 같은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편만 놓고 보면 판타지가 이야기에 심어져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인 것 같다. <챔프>는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가족영화다. <박수건달>이나 <7번방의 선물>은 소재를 판타지로 풀어내는 영화다. 불황일수록 누군가의 불행을 직시하지 못하지 않나. 그래서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보다 판타지적인 설정이 관객에게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는 것 같다.

-40대 이상의 관객과 가족 관객의 증가가 향후 쇼박스 라인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생각이 복잡해졌다. 40, 50대 관객이 늘어나고, 30대 관객이 더욱 단단해지고, 그렇다고 20대 관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그래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욱 늘어났다. 어떤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올해 쇼박스 라인업은 <미스터 고 3D> <관상> 같은 쉬운 영화가 많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관객을 잘 관리해야 현재 한국영화의 흥행이 거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그러려면 계속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하고, 열심히 기획/개발/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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