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다크 서티’는 자정이 30분 지난 시각을 가리키는 군사용어다. 2011년 5월 미국 CIA가 벌인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작전이 행해진 시각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적외선 안경을 낀 특수부대를 태운 블랙호크 헬기 두대가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빈 라덴의 거처 앞마당에 내려앉는다. 빈 라덴을 잡을 생각만으로 이 악물고 버텨온 CIA 요원 마야(제시카 채스테인)가 고대해온 순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CIA에 영입된 그녀는 지난 10년간 알 카에다의 연락책이자 빈 라덴의 최측근인 한 남자를 추적하는 일에 매달려왔다. 그녀에게 다른 삶은 없다. <제로 다크 서티>의 8할은 그녀가 그 지독한 시간을 버텨내는 데, 나머지 2할은 최후 작전의 긴박함을 전달하는 데 소요된다. 그리고 마지막 찰나가 그 10년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 그녀의 표정에 깃든 허탈함에 할애된다.
전작 <허트 로커>의 연장선에 서 있는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욕망은 분명해 보인다. 드라마와 액션간의 균형이 잘 잡힌 스릴러를 만드는 것이다. 윤리적 딜레마와 아드레날린 러시를 함께 장착한 빈 라덴 체포 작전은 그녀에게 매력적인 소재였을 것이다. 그 소재를 충분히 관객 친화적인 팩션으로 구축해냈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를 반쯤 성공한 포스트 9.11 영화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다만 개략적으로나마 플롯이 노출돼 있는 빈 라덴 체포 작전을 재현함에 있어 관객에게는 비어 있는 서사적 구멍들을 주관적 드라마로 채워 넣을 때, 구태의연한 작위성이 배어난다. 마야라는 사람과 그녀의 비범한 열정을 이해시키기 전에 그녀가 담당하는 정서를 관객에게 강요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수많은 표정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음에도 마야의 마지막 표정의 무게를 견실하게 실어내지 못한 영화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