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자식 때문에’ 위장전입 한 거, ‘실수로’ 탈세한 거, ‘표절인지 모르고’ 논문 베낀 거, ‘관행차’ 떡값 받거나 땅에 돈 묻은 것까지… 사람 사는 일이라고 백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공직자의 지위와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한 것과 공직에서 물러나고도 그전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받은 것만큼은 대단한 결격사유이다. 웬만한 일에는 면역이 생기고 불감도 심해졌지만 이번 장관 후보자들은 해도해도 너무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셋이다). 놀랍지는 않아도 모욕적이고 불쾌하다.
정작 놀라운 것은 의혹을 받는 당사자(와 임명권자)가 오히려 모욕적이고 불쾌하다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이다. ‘그들만의 뻔뻔한 리그’를 바라보며 공동체의 평범한 도덕성을 지닌 절대 다수가 속절없이 변방으로 밀려나는 기분이 든다. 왜 자꾸 사람들을 이렇게 소외시키는 식으로 인물을 고르고 정책을 짜실까. 우리 밝은해님께서는. 심지어 간밤 내 꿈에도 나타나 가방 구해오라고(정말 난데없는 상상이구나) 시키셨는데 끙끙대다 깼다. 내가 나서서 구해드리겠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사회심리학자들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영혼이 아니라 맥락인가봐.
심리학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위대한 실험으로 꼽히는 밀그램의 가짜 충격기 실험에서 지원자들은 한 사람에게 엄청난 양의 전기 충격을 스스럼없이 행했다. 물론 그 한 사람은 고용된 배우였다. 여러 실험을 종합해보면 신뢰할 만한 권위를 접했을 때 62∼65%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정도로 명령에 복종한다고 한다. 이른바 ‘악의 평범성’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선의와 양심, 윤리성, 책임, 염치 등에 대해 점점 믿기 어렵게 된다. 너도나도 붙잡고 아껴야 할 덕목인데 나라를 지배하는 이들이 뻥뻥 차버리니, 지키려는 사람들까지 매달려 날아간다. 보는 이들은 더 체념하거나 모른 척한다. 국민 비관지수라는 게 있다면 우리가 OECD 국가 중 수위를 다투지 않을까.
다들 새 대통령이 발끈해할까봐 입 다물고 고개 숙인다. (일사불란함을 원하는) 권력자의 뜻이 덜 중요해지는 것까지 권력자에게 기대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희망은 없을까. 같은 실험들에서 ‘복종하지 않는’ 35%에 주목한다. 응원한다. 그 무리에 끼고 싶다. 인간의 행동이 영혼보다는 맥락이라면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