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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시장의 장벽을 낮추고 싶다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13-03-05

한국 상륙한 일본 제작/배급/멀티플렉스사 티조이 본부장 기이 무네유키

일본의 멀티플렉스 체인이자 제작과 배급을 맡고 있는 티조이가 씨너스와 공동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 상반기 애니메이션 네 작품을 시작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티조이의 기이 무네유키 본부장에게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전망과 방향을 물어봤다.

-한국 진출을 축하한다. =아직 진출이라 하기는 애매하다. 한국에 법인이 있는 건 아니고 씨너스와 제휴를 맺고 책임 배급을 하려 한다. 과거에는 일본, 한국이 별도의 시장이었지만 요즘에는 국가간 경계에 관계없이 동시간대로 정보를 접하고 시장이 연결되는 것 같다. 예전처럼 판권을 팔고 끝나는 걸 넘어선 사업모델을 만들고 싶다.

-티조이는 국내 관객에게는 생소하다. =도에이 그룹 계열로 2000년에 설립했다. 일본 내 배급과 상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 내 최대 극장 중 한곳인 신주쿠 발트나인을 운영 중이다.

-한국 진출의 계기는 무엇인가. =진출을 쭉 생각해오고 있었다. 다만 배급사로서 이야기할 상대는 극장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는 판권을 넘기는 방식이었는데 권리는 일본에 둔 채로 한국쪽 극장과 직접 배급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심의, 청구 등등 실무는 씨너스에서 맡아주기로 하고 공동배급을 결정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건가. =지난해에 한국시장에서 일본영화 점유율이 1.3%였다. 굉장히 낮은 수치다. 한편 IPTV의 경우는 7~8%다. 박스오피스만 보면 한국시장은 일본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유사하다. 잠재적으로 점유율 10% 정도는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판단했다. 최근 애니메이션에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도 힘을 실어줬다.

-왜 하필 지금 한국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건가. =사실 몇년 전부터 똑같은 제의를 계속 해왔다. 2011년 겨울에도 여러 군데에 제의했는데 그때는 돌아봐주지도 않더라. 올해 이야기를 꺼내니까 적극적으로 하자고 해서 놀라기도 했다. 아마도 최근 영화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 바뀌기 시작한 게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해서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상반기 라인업을 보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성인 취향 작품이 다수다. =최근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어린이, 가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가족용 애니메이션도 준비 중이다.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나 <009 리: 사이보그>는 일본에서도 높은 연령대를 공략하는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에도 그런 시장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5년 전만 해도 일본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코난> <도라에몽> 등 어린이 대상 극장판이 절대다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마니아 취향의 작품들도 고르게 2억~3억엔의 수익이 난다. 게다가 가족을 겨냥한 시장은 돈을 적게 내는 큰 시장이지만 마니아 시장은 거꾸로 그 숫자는 적어도 금액으로 따지면 엄청난 시장이다. 충성도도 높고.

-분위기를 반전시킨 작품이 있었을 것 같다. =<공의 경계>(2007)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배급을 거치지 않고 상영관과 접촉하는 시스템을 선택했다. 그렇게 했더니 한달간 극장에 표가 없어 못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3년 전 <공각기동대> 3D버전을 배급했는데 10관에 20만명이 들었다. 영화관 입장에서는 <해리포터>보다 훨씬 많이 들어온 수치다. 극장 입장에서는 700개관에 700만명이 드나 1개관에 1만명이 드나 별반 차이가 없다.

-앞으로 한국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자리잡아 나갈 계획인가. =지금까지는 팔아버리고 거래가 끝나는 탓에 양국간 시장에 벽이 있었다. 앞으론 직접 찾아와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동력을 이끌어내고 가까워지고 싶다. 티조이의 한국 진출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한국 관객과 대면해서 어떤 방향으로 제작하고 어떤 방향으로 마케팅을 해야 할지 세부적인 것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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