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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갓 제대한 듯한 스무살의 풋풋함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3-02-26

CGV 무비꼴라쥬와 함께하는 <1999, 면회> 시네마톡 현장

<1999, 면회>의 김태곤 감독, 배우 심희섭, 김창환, 안재홍(왼쪽부터).

지난 2월19일 CGV대학로에서 <1999, 면회>의 시네마톡이 열렸다. 언제나처럼 김영진 영화평론가와 이화정 기자가 진행하고, 김태곤 감독과 출연배우 심희섭, 김창환, 안재홍이 참여한 이날의 시네마톡 현장은 흡사 갓 전역한 예비역들과 함께하는 듯 유난히 뜨거웠는데, 감독과 배우들이 ‘백골부대 출신의 대대장이 직접 집필한 군대생활 바이블과 전투식량’을 관객 선물로 준비하는 센스를 보여 분위기가 한층 더 유쾌해졌다. ‘연극계의 박해일’이라 불리는 심희섭과, 홍상수 영화에서 종종 만나온 안재홍의 인사에 이어 김창환이 소개에 앞서 “백골!”이라는 구호를 외쳐 좌중을 폭소케 하며 대화의 스타트를 끊었다. <1999, 면회>는 고교 졸업 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던 세 남자가 민욱(김창환)의 면회를 가서 겪게 되는 하루의 일들을 다루고 있다. 소년도 어른도 아닌 이들은 오랜만에 만나 나름대로 반갑고 유쾌한 하루를 보내지만, 각자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지는 못한다. 스무살의 풋풋함을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낸 작품이다.

김영진 평론가는 김태곤 감독에게 “<>을 봤을 때 충무로가 원하는 재능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간의 안부와 <1999, 면회>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물었다. 혼란한 시기를 보냈다는 감독은 “이러다 망가지겠단 생각이 들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 일년 동안 시나리오를 배웠다”면서, 그 인연으로 친구들과 <1999, 면회>를 만들게 됐다고 답했다. 이화정 기자가 “자전적인 이야기가 바탕이 된 것 아니냐”며 배경이 1999년인 이유를 묻자 감독은 “내가 영화를 통해 1999년으로 갔듯, 관객도 향수를 느끼고 과거를 반추할 수 있길 바랐다”고 답했다.

실제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스무살의 정서를 훌륭하게 표현해낸 세 배우의 역할에 관한 질문도 주어졌다. 여자에 관심이 없는 승준에 대해 안재홍이 “승준은 상황이 어려웠으니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잘 몰랐을 것”이라고 답하자 감독이 이를 받아 “승준이 제일 머리가 복잡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승준 캐릭터를 잡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 그러다 풀기 힘들면 그냥 재워버린 거다(잠자는 장면을 연출)”라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이끌었다. 심희섭은 “비슷한 경험이 있어 시나리오가 술술 읽혔다”며 “첫 현장이라 연기하는 것이 초반엔 어색했지만 남자들이 면회 가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김창환은 “군대도 다녀왔고, 민욱과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연기하기는 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남자분들은 아시겠지만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고 있어서 발가락을 자르고 싶을 정도로 추웠다”는 고충을 풀어놓자 남성 관객이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화정 기자가 “그 시기의 어색함까지 담아낸 느낌이 좋았고, 눈덮인 풍광이 지금까지의 감정들을 잘 정리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하자 김영진 평론가는 “영화가 투명해서 좋았다. 대체로 요즘의 영화들에선 형식에 대한 많은 오해가 보이는데 사실 형식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윤리는 정직함과 간결함이다. 폼 잡지 않으면서도 탁 쳐주는 영화였다”는 말로 <1999, 면회>를 총평하며 김태곤 감독에게 “자주 영화를 찍으라”는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시네마톡을 마무리지었다. 영화만큼이나 순진한 열정과 패기로 가득 차 훈훈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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