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유치원 졸업식 때 국민의례를 하는데, 양심상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할 수는 없었기에, 엉거주춤 일어서서 손을 아랫배에 붙이고 있었다. 일어서지 않기도 민망하고 자식과 관련된 행사인 관계로 차라리 “자유롭고 정의로운 자궁의 무궁한 영광”을 기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자리 아이 친구 엄마에게 귀띔했더니 “차라리 위장에다 대고 맹세하지 그랬냐”는 말이 돌아왔다. 누굴 돼지로 아나.
국정원의 행태가 가관이다. 급기야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직원의 행적을 외부에 알린 전/현직 직원을 고발하고 파면했다.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와 국정원직원법의 직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는 것인데, 적반하장은 이럴 때 쓰라는 말이겠지. ‘댓글공작’이라고도 불리는 그 직원의 댓글달기가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우기기 위해서일 테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익명으로 야권 대선후보를 흉보고 4대강 사업을 미화하고 각하의 해외순방을 칭송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옹호하는 것이 정보요원의 일이라면, 차라리 “대남심리전도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하는 게 수미쌍관적이지 않았을까. 아니면 진작에 직원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하던지.
정작 정치관여 금지를 위반한 것은 국정원이다. 잇단 거짓말과 말바꾸기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은 인터넷에 올린 글들을 서둘러 지우면서도 미처 흔적을 다 없애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일개 기자의 검색에도 저장된 페이지가 드러나버렸다. ‘구글링’에 무지했던 거다. 드라마 <7급공무원> 속 훈육관님 말씀대로 “긴장 좀 하자. 나랏돈으로 먹고살면서” 소리가 나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씨네리 편집장이 바뀌었다. 새 편집장은 십수년 전 입사 전부터 한겨레신문사 담벼락의 낙서 덕분에 크나큰 기대를 받았던 이다. 혹자는 ‘스펙’의 일환으로 자신의 특정 기능을 강조하는 ‘셀프낙서’를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일요일에도 사무실에 혼자 앉아 산더미 같은 자료더미에 파묻혀 일을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또 다른 혹자는 휴일수당을 노린 ‘셀프근무’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 바 있으나, 적어도 독자 돈으로 잡지 만들면서 긴장할 줄 아는 이다. 나도 덩달아 두근두근. 그동안 애쓰신 문석 오빠, 두피 관리 예약해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