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는 이렇다. 언젠가부터 다녀온 사람 찾기가 드물지 않은 카우치 서핑은 타인의 살림집에서 말 그대로 카우치(소파) 신세를 지거나 방 한칸을 얻어 쓰는 여행 방식이다. 인도부터 유럽, 미국까지 카우치 서퍼들의 집으로 찾아가 며칠씩 지내고, 마찬가지로 내 집을 해외의 여행객들에게 오픈할 수도 있는 방식이라서 배낭여행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일주일부터 수개월까지 집을 렌트하는 장기 체류 여행도 인기인데, 서울 월세살이를 하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서울에서 한달 집 얻을 돈이면 피렌체, 베를린, 파리에서도 한달 집 얻기는 힘들지 않다. 그리고 국내 여행에서는 이른바 게스트하우스 여행이 인기다. 특히 혼자 떠나는 사람에게 인기가 좋은데, 하루 숙박비 2만원이면 침대 하나와 아침식사를 주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침대 하나를 빌린다는 것은 거실과 욕실 등을 함께 써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러다보니 혼자 떠난 사람들은 그 공용 공간에서 술벗, 말벗을 찾기도 한다. 서울 북촌에도, 지리산 둘레길에도, 제주도의 해안가에도 2만원이면 침대 하나를 빌릴 수 있는 은닉처가 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제주>는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을 쓴 강희은의 책으로, 제주도를 지역별로 나눈 다음 그곳의 게스트하우스들에서 숙박해보고 쓴 가이드북 겸 에세이다.
사실 게스트하우스 여행을 떠나기 위해 정보를 수합하는 중이라면 책보다는 인터넷 검색에 공을 들이는 편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먹거리부터 인근 관광지, 게스트하우스 구석구석, 주인장의 인간 됨됨이부터 각종 트러블까지 ‘체험기’를 써서 올린 글은 차고 넘치니까.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 머문다는 일에 근심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이 책은 그런 이의 첫 시도를 충실히 돕는다. 책을 쓴 이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사람들을 만나 어딘가로 떠나고 둘러보고 대화를 나눈 기록을 읽고 있자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반,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운영해본다는 건 어떤 일일까 하는 호기심이 반 솟아오른다. 책 말미에는 아예 집을 빌릴 수 있는 ‘프라이빗 하우스’에 대한 정보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