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상원(심희섭)은 재수하는 승준(안재홍)과 함께 군에 입대한 민욱(김창환)을 면회하러 떠난다. 셋은 한때 죽고 못사는 친구였으나 고등학교 졸업 뒤 만난 적이 없다. 강원도 철원으로 향하던 중 상원은 승준이 민욱의 여자친구가 전해달라는 이별편지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 때문에 둘은 심하게 다툰다. 상원과 승준이 자신을 찾아온 진짜 이유를 모르는 민욱은 식당에서 술에 취해 호기를 부리다 고참에게 꼬투리를 잡혀 수모를 당한다. 풀이 죽은 민욱을 달래준답시고 상원은 다방 종업원 미연(김꽃비)을 따라나서고, 세 친구의 하룻밤은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독>에 이은, 김태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1999, 면회>에선 겉도는 대화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세 친구는 제각기 비밀을 갖고 있다. 속내를 숨기려고 거짓말도 한다. 지금의 세 친구는 1년 전의 세 친구가 아니다. 가진 것이 없다고 친구를 힐난하고, 가진 것이 없어도 친구를 조롱한다. “일병인데 왜 작대기가 두개야?” “그럼 일병이지, 둘병이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들리는 농담들이 진심이 놓여야 할 자리에 끼어들 때, 그들은 더이상 예전의 관계를 복원할 수 없음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연에게 붙잡힌 세 친구는 또 어떤가. 미연을 보고 불현듯 첫사랑을 느낀 상원과 미연을 눈앞에 없는 여자친구처럼 대하는 민욱과 미연에게 난데없이 진로 상담을 청하는 승준. 세 남자가 내보인 진심을 같은 또래인 미연이 값싼 투정으로 취급하고, 그들이 다음날 나눌 수 있는 건 헛헛한 농담뿐이다. 군데군데 억지스럽고 상투적인 설정이 눈에 띄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아직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세 배우가 치기 어린 스무살 젊은이들의 박탈감과 불안을 비교적 꼼꼼하게 그려내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