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언론재벌인 타임스 그룹이 ‘타임스 오브 인디아 필름 어워즈’(Times of India Film Awards, 이하 TOIFA) 신설을 공식발표했다. 타임스 그룹의 주도로 지난 1954년 창설됐던 필름페어 어워즈가 발리우드영화를 위한 대표적인 국내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면, TOIFA는 매년 해외에서 개최된다는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첫 행사는 4월4일부터 3일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밴쿠버에서 열릴 예정으로, 현재 전세계 발리우드영화 팬들을 대상으로 웹사이트(www.toifa.com)와 각종 SNS 등을 통해 14개 부문에 걸쳐 투표를 진행 중이다. 타임스 그룹은 TOIFA를 통해 수백만명의 인도계 디아스포라들과 재외거주 인도인들이 발리우드영화와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함과 동시에 행사가 열리는 국가의 영화산업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에서 열리는 신생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무엇보다 참석이 확정된 발리우드 톱스타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발리우드 로맨스영화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해온 샤룩 칸이 홍보대사를 맡은 데 이어 악셰이 쿠마르, 란비르 카푸르, 아비셱 바흐찬, 카트리나 카이프, 프리얀카 초프라 등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발리우드의 별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이들은 시상식 당일은 물론이고 행사기간 동안 발리우드 영화음악회와 영화상영관을 방문하고, 각종 퍼포먼스에까지 직접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최쪽은 행사 동안 3만여명의 방문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TOIFA 신설을 두고 인도 영화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옹호와 반대의 입장들이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옹호하는 이들은 타임스 그룹의 든든한 재정적 지원이 재정 부실로 매년 도마 위에 오르는 기존 행사들과 달리 발리우드영화를 훨씬 더 ‘고급스럽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배우들도 수상 여부를 떠나 해외에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반대 입장에 선 이들은 TOIFA가 영화 관련 행사라기보다 타임스 그룹의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맞서고 있다. 더 나아가 타임스 그룹이 브리티시 컬럼비아 당국이 제공한 950만달러 규모의 매칭 펀드를 받고 행사를 개최하는 배경에는 영화와는 무관한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주민의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는 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한 민심잡기용 행사를 대행하고, 타임스 그룹의 9천만 독자들에게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곳곳의 관광홍보를 해주는 것이 행사 개최의 진정한 배경이라고 보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지난 2011년 인도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위즈크래프트가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했던 ‘인터내셔널 인디안 필름 아카데미 어워즈’(International Indian Film Academy Awards, 이하 IIFA)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직후 영화와는 무관한 각종 거래들이 오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쪽 관계가 껄끄러워진 전례가 있다. 올해 TOIFA가 캐나다에서 행사를 열게 된 데는 IIFA가 캐나다에서 행사를 개최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체적으로 발리우드영화가 내수시장에만 의존할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TOIFA가 내건 발리우드영화의 브랜드 가치 향상과 해외시장 확대 의지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다만 TOIFA가 전세계 발리우드영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견실한 영화 행사로 안착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