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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사랑의 모양 <비러브드>

마들렌(뤼디빈 사니에르, 카트린 드뇌브)은 자신이 일하던 직장에서 빨간 구두를 훔쳐 신는다. 그리고 그 구두 때문에 자신이 창녀인 줄 알고 접근한 남자와 돈을 받고 섹스를 한다. 이후 그녀는 그 장소에서 다시 남자들을 기다리고, 친구한테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자호밀(라디보제 부크빅, 밀로스 포먼)과 역시 돈을 받고 잠자리를 한다. 자호밀은 체코에서 온 의사였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둘은 프라하로 가서 결혼하고 딸 베라(키아라 마스트로이안니)를 낳는다. 소련이 프라하로 침공할 때 자호밀은 외도를 하고 마들렌은 베라와 함께 다시 파리로 돌아와 재혼한다. 어른이 된 베라의 곁에는 베라를 좋아하는 클레멩(루이스 가렐)이 있지만 둘의 관계는 친구 사이 이상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베라는 우연히 클럽에서 본 밴드의 드러머 헨더슨(폴 슈나이더)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지만 헨더슨은 동성연애자이다.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이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화두 중 하나는 사랑이다. <비러브드>에는 수없이 많은 사랑의 양상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무엇이고 결혼은 무엇이며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마들렌은 사랑 없이 재혼을 하고 평생 전남편을 사랑하며 지속적으로 잠자리를 갖는다. 베라는 클레멩과 잠자리를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헨더슨과 섹스를 할 순 없지만 그를 사랑한다. 당신은 바람을 피운 남편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가? 당신은 사랑 없이 아이를 위해 결혼할 수 있는가? 당신은 섹스 없이 사랑할 수 있는가? 당신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30년 넘게 같이 살며 사랑할 수 있는가? 당신은 동성연애자를 사랑할 수 있는가? 당신은 섹스를 한 이성과 친구가 될 수 있는가? 당신은 병에 걸린 남자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섹스는 무엇이며 결혼이란 무엇인가?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많고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되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며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발랄하다. 영화는 뮤지컬 형식을 차용한다. 주인공들은 거리를 걸으며 클럽에서 당구를 치며 기차를 기다리며 서로의 대화를 노래로 대신한다.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춤과 노래가 풍성하게 펼쳐지는 뮤지컬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에서 이야기의 진행을 거스르지 않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노래한다. 2010년에 개봉한 감독의 전작인 <러브 송>을 떠올린다면 영화를 풀어가는 감독의 이런 형식이 이제는 익숙하게 다가온다.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영화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다루는 방식이 재기 넘치고 발랄할 뿐 영화가 말하려는 화두는 가볍지 않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사랑에 대해 영화는 나지막이 많은 단상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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