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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 욕망은 나의 것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13-02-04

동명수 역의 류승범

스튜디오는 클럽으로 변했다. 표지 촬영을 위해 틀어놓은, 긴장감 넘치는 음악에 류승범은 눈을 감고 몸을 맡겼다. 하정우와 전지현이 ‘뭐하는 거야?’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류승범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낸 뒤 스피커와 연결해 더 빠른 비트의 음악을 튼다. <베를린>에서 동명수(류승범)가 표종성(하정우)과 련정희(전지현)를 토끼 사냥할 때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것처럼.

“<베를린>의 악, 그 자체.” 당을 배신한 스파이를 찾아내고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을 장악하기 위해 베를린에 온 동명수를 류승범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북한 군부 세력인 동중호 장군의 아들이기도 한 동명수의 목표는 단 하나. 새 대장(김정은 국방위원장) 동지를 따라 강성대국으로 가는 데 방해가 되는 건 전부 제거하는 것. 욕망에 충실한 악당이라는 점에서 동명수는 전형적인 캐릭터인지도 모른다. 류승범 역시 “처음에는 접근하기가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릭터에 접근할수록 “굉장히 멀리 있는 인물”임을 깨달았다. “동명수는 북한의 고위층 간부의 아들이다. 내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내 메모리에 없는, 그래서 추억할 수 없는 캐릭터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동명수는 작업하기가 막연한 인물이었다. “인물로서 접근하기보다 동명수의 영화적인 목표에 포인트를 두는 방향으로 바꾼”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류승범의 몸을 거치면서 동명수는 추상적인 의미에 머물러 있던 악에서 구체적인 실체가 되었다. 현장에서 혹은 현장 밖에서 류승완 감독은 그런 류승범을 두고 “베니치오 델 토로가 조커를 연기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어떤 의미에서 조커는 판타지적인 인물이잖나. 동화 속의 악인? 혹은 만화 속의 악인이랄까. 그걸 현실적인 악인으로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목표를 삼았다.” 그것도 숙제였지만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어야 한다는 책임감 역시 만만치 않았다. 동명수가 첫 등장할 때부터 <베를린>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말은 동명수가 등장하지 않는 신에서조차 다른 캐릭터는 물론이고 관객이 동명수의 존재를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명수를 연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동명수라는 존재를 영화 내내 인식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첫 촬영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베를린에 도착한 동명수가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의 리학수(이경영) 대사를 만나 베를린 지부에 새로운 상황이 펼쳐졌다고 보고하는 신이다. 최대한 긴장감을 주고 떠나는 게 관건이었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는다. 북한 사투리도 아직 몸에 배이지 않은 상태였다. 개인적으로 후시녹음에 약한 편인데, 당시 현장 사정상 후시녹음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안고 임한 장면이었다.” 촬영이 끝난 뒤 류승범은 류승완 감독에게 재촬영을 요구했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해외 로케이션 특성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 어느 때보다 고생하며 찍어서일까. 류승범은 <베를린> 현장을 “지옥 같았다”고 했다. 고생한 만큼 보상받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평소 인터뷰에서 흥행에 무심하거나 관심이 없는 척하던 그였다. “잘되면 좋겠다. 특히 <베를린>은 박수 받고 싶은 작품이다. 감독님께서 안쓰러울 정도로 치열하게 현장을 이끌었는데,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우리가 <베를린>에서 류승범이 일으킨 거대한 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차례다.

<씨네21> SNS를 통해 받은 독자들의 질문

-베를린에 가본 적이 있는지? 방문했을 때 베를린의 느낌이나 평소 생각했던 도시 베를린은 어떤 곳이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영화를 찍은 뒤 베를린에 대한 느낌에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네요. ^^_김민지(페이스북) =제게 베를린은 굉장히 차갑고, 닫혀 있고, 암호화되어 있는 도시였어요. 무언가가 쳐져 있는 느낌이랄까. 야, 이 도시는 쉽지가 않구나. 그래서 매력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유럽 클럽의 성지인 베르그하인에 간 게 인상적이었어요”라는 기자의 말에) 맞아요. 처음 베르그하인에 들어갔을 때 그 떨림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제작보고회 때 “이번 영화가 처음 총을 쥐어본 작품”이라며 “총 액션 신 찍을 때 신나게 찍었다”고 얘기했는데 총을 쥐어본 느낌이 어땠나요?_simon(페이스북) =사실 동명수에게 총은 익숙한 도구죠. 살생의 도구이기도 하고. 그의 아버지가 북한 군부 세력이기 때문에 동명수는 어린 시절부터 총을 익숙하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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