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친구를 만나 밥 얻어먹을 때 자기 돈으로 사는지 회사 돈으로 사는지 확인한다. 법인카드로 긁는다면 좋은 메뉴를 고르는 대신 말을 엄청 많이 한다. 취재원으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다(은형아, 그래서 너 만나고 돌아서면 늘 다시 배가 고팠나봐. 하도 떠들어서). ‘결벽’일 수 있겠지만, 사실 소심해서다. 혹시 아나. 내 친구도 나중에 인사청문회 나갈지.
퇴임 뒤 다시 돌아온다며 자기 짐도 안 뺀 아저씨의 안면이, 두꺼워도 너무 두껍다. 재판관으로 퇴임한 터에 돌아온다면 헌법재판소장 자리를 염두에 뒀을 텐데 큰 뜻을 품은 분이 어쩌면 평소 이 지경으로 처신을 하고 사셨을까. 하루가 멀게 업데이트되는 깨알같이 자잘한 ‘이동흡 후보자 의혹 리스트’를 보니 이런 분은 이념과 성향으로 따질 게 아니다 싶다. 역대 공직 후보자 가운데 이렇게 ‘가정적’이며 ‘절약정신’ 투철한 분을 본 적이 없다. 딸은 관용차로 출근시키고 해외 출장은 아내와 동행하며 업무추진조차 집 근처 식당에서 자주 하셨다. 무엇보다 6년간 6억원 벌어 6억원 저축하신 놀라운 분이다. 이런 분이 국회 인준을 통과할 리는 없겠지. 법정신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인간정신(제정신)은 유지하며 살고 싶거든(낙마하시더라도 후보자께서는 너무 애석해하지 마시길. 아끼시는 가정에서 아껴 사시면서 ‘조직에서 사리사욕 챙기기’ 매뉴얼을 집필하시는 건 어떨지. 집필용 A4 용지는 미리미리 헌재에서 챙겨가세요).
윤창중 대변인 임명 때에는 무리들에게 로열티를 확인하고자 하는 당선인의 의지를 읽었는데, 당최 이분에 이르러선 해석이 불가능하다. 몇달 일하다 말아도 그만인 자리도 아니고 몇 년간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가장 책임있게 구현할 자리에 최소한의 ‘공사 구분’이 불가능한 이를 지명한 것은, 당선인도 그저 ‘몰랐다’는 것으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부디 이번이 ‘깜깜이 인사’의 종결이길. 그렇지 않으면 앞날이 너무 깜깜하잖아.
*4년 전 그 끔찍한 일을 겪은 용산 남일당 터가 일대를 아우르는 가림막에 가려 빈터로 있다. 차라리 으리으리한 건물이 들어섰다면 이보다 덜 모욕적일까. 이렇게 놀릴 땅을 위해 그렇게 사람을 죽여야 했을까. 몇몇의 돈놀음, 이해관계보다 사람의 목숨이 하찮다는 것일까. 참사 생존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