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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비주얼리스트의 탄생
장영엽 2013-01-22

<오블리비언> Oblivion

감독 조셉 코신스키 / 출연 톰 크루즈, 올가 쿠릴렌코, 모건 프리먼 / 개봉예정 4월

할리우드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감독의 지형도를 작성한다면, 조셉 코신스키의 이름은 틀림없이 ‘비주얼리스트’ 목록에 거론될 것이다. 그의 데뷔작 <트론: 새로운 시작>은 디즈니가 1982년 창조한 오리지널 <트론>의 사이버펑크 월드에 21세기의 디지털 미학을 성공적으로 덧입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 영화의 진부한 내용과 서사 구조는 스토리텔러로서 코신스키의 역량을 의심케 만들었는데, ‘스타일은 있으나 알맹이는 없다’는 의혹을 검증할 기회가 그의 두 번째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주어졌다. 바로 코신스키 자신의 그래픽노블(공동저자 아비드 넬슨)을 바탕으로 한 SF영화 <오블리비언>이다.

시대를 알 수 없는 미래, 묵시론적인 지구가 배경이다. 60년 전 외계 종족과 행성의 명운을 건 전쟁을 벌이며 지구의 대부분이 파괴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육지를 떠나 하늘 위에 문명을 재건설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무인정찰기 정비를 위해 지상에 남아 있던 지휘관 잭 하퍼(톰 크루즈)는 우연히 부서진 우주선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정체불명의 여인(올가 쿠릴렌코)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잭을 알고 있다. 그는 무엇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혹은 무엇을 알지 못하나. 그날 이후로 잭의 기억과 삶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2005년 <오블리비언>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구상하며 조셉 코신스키가 떠올렸던 건 ‘데이타임’ SF물이었다. “<에이리언> 이후 SF영화는 오랫동안 어둠 속에서 진행되어왔다. 그 세계를 빛의 영역으로 데려오는 것이 흥미로운 도전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앞서 공개된 <오블리비언>의 예고편에서 살짝 엿볼 수 있는 이 영화의 비주얼은 <트론: 새로운 시작>을 처음 목도했을 때만큼이나 근사하다. 흠결 하나 없이 정제된 모습의 백색 미래 도시로부터 바윗더미로 가득한 원초적인 모습의 지구로, 백색 슈트를 입은 잭이 뚜벅뚜벅 걸어간다. 손전등을 켜고 어둠 속을 헤매며 갑작스러운 적의 출현에 대비하는 익숙한 장면에 지친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선보일 낮 세계 SF가 새로운 활력소가 되겠다.

올해 쏟아져 나올 SF물 가운데서 <오블리비언>이 선점하는 또 다른 개성은 3D가 아니라 4K 2D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입체감보다는 고해상도의 선명함을 선택한 것인데, 조셉 코신스키에 따르면 “이 영화엔 배우의 피부나 눈동자, 옷의 디테일까지 매우 선명하게” 조명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야기보다 디자인이 앞섰던 <트론: 새로운 시작>과 달리 <오블리비언>은 (등장인물간의) “한층 더 깊고, 개인적인 관계”에 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스케일에 관해서라면 아이맥스 상영을 주목해볼 만하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과 <트론: 새로운 시작>으로부터 각자 아이맥스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깨달은 주연배우 톰 크루즈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이번 영화의 북미 개봉을 준비하며 “정식 개봉 1주 전 아이맥스 버전으로 먼저 상영을 시작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아이맥스 버전이야말로 <오블리비언>의 영화적 미학을 체험하는 데 가장 적합한” 형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한편 <오블리비언>은 <트론: 새로운 시작>에 이어 다시 한번 귀를 활짝 열고 봐야 할 영화다. 전작에서 프랑스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펑크와의 협업으로 영화의 정서적 감정을 길어올리는 데 성공한 조셉 코신스키는 <오블리비언>에서도 외부 아티스트와 음악적 협업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번에 낙점된 뮤지션은 여러 장르가 섞인 몽환적인 음악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M83. “M83의 음악은 신선하고 오리지널리티가 있으며 이 영화의 거대한 서사담과 무척 잘 어울릴 것 같았다”는 점이 선정 이유다. 모든 곡을 오리지널 스코어로 작업할 예정인 M83의 음악은 총러닝타임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이 작품의 정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오블리비언>의 형제 영화

조셉 코신스키는 “영화 <오메가맨> <사일런트 러닝>을 떠올리며” <오블리비언>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의 말로부터 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가 집단 속 개인이 느끼는 무력함과 고독감이 될 거라는 짐작을 해볼 수 있겠다. <오메가맨>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남자의 이야기이고 <사일런트 러닝>은 우주선 속 온실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과 갈등을 겪는 사람에 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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