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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았나요
이영진 사진 백종헌 2013-01-15

<나의 독재자> 이해준 감독

출연 미정 / 제작 반짝반짝영화사 / 배급 미정 / 진행상황 캐스팅 중

‘가게무샤’가 영화 속 캐릭터만은 아니다. 정보기관에서 흔히 ‘가게무샤’라고 불리는 이들이 실제로 있다. 이해준 감독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추진되던 2007년, 언론 보도를 통해 ‘가게무샤’의 존재를 알게 됐다. 당시 언론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가상 회담을 했”으며. “이 자리에는 김 위원장의 대역을 맡은 정부 부처의 한 직원이 DJ의 맞은편에 앉아 실제 회담처럼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로동신문>부터 찾아 읽는” 김정일 위원장의 대역이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4시간 동안 ‘기싸움까지 동반한’ 가상회담을 치렀다는 뉴스는 이해준 감독의 상상력을 불질렀다. “거슬러 올라가면 (가게무샤라는) 특수한 보직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뻔했던 1972년 중앙정보부 안에도 있었고, 그 뒤로 쭉 이어져왔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흥미를 자극했다.”

이해준 감독이 오래된 구상을 다시 끄집어낸 건 외적 상황의 변화나 이야기의 시효 때문은 아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 한장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엄혹한 체제에서 반대편 진영의 논리대로 살기를 훈련받는 이의 삶”을 영화화하겠다고 쉽사리 맘먹진 못했을 것이다. “야산에서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담배를 물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 속엔 근엄하고 폭압적인 내 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청년이 서 있었다.” 지난해 초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는 이해준 감독은 유년 시절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정체를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독재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서 어떤 이상적인 삶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폭력의 역사, 개인의 희생만이 <나의 독재자>의 축은 아니다. “배우 역시 자신을 지우고 남의 삶을 흉내내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다. 반쪽밖에 모르는 배우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싶었다.” 무대와 현실의 간극을 오가는 연극배우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현재 캐스팅 중인 <나의 독재자>는 아버지와 아들 역을 어떤 배우가 맡을지가 관건이다. 이해준 감독은 “돈키호테 같은 아버지는 끝까지 파워풀한 정극 연기로 표현되어야 한다. 전체 이야기가 아버지를 추억하는 회고담이 아닌 만큼 아들의 일상적인 연기 역시 관객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1970년대부터 1990년까지, 30년간의 근과거를 어떤 식으로 재연할 것인지도 관심 대목이다. “한 신문에서 1994년의 방배동 거리를 찍은 사진을 본 적 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를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한 취객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시대의 낡은 유물처럼 덩그러니 남은 아버지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천하장사 마돈나> <김씨표류기> 등의 전작에선 배제하려고 했던 ‘통속성’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생각이다. “반성의 시간이었다. (웃음) 내 취향적 선택이 관객의 관람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돌이켜볼 때 <김씨표류기>의 엔딩은 영화적 깔끔함만 떨려고 만든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두 인물의 마음을 두 시간 동안 쫓아왔던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마무리였다. ‘그 뒤는 알아서 하세요’, ‘영화 끝났으니 나가세요’, 뭐 그런 식 아니었을까.” <김씨표류기> 개봉 이후 1년 동안 해외영화제를 돌며 머리를 식혔다는 이해준 감독의 고백이다. “전작들보다 훨씬 뜨거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해준 감독의 바람은 <시네마천국> <포레스트 검프> <레인맨> 등 그가 인터뷰 도중 언급한 영화들의 온기를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들을 위해 김일성을 연기하다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한반도는 통일 열기로 뜨겁다. 남한의 중앙정보부는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 대역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연극배우인 성근은 영문도 모른 채 오디션에 참가한다. 잘나지 못해, 항상 가족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성근은 자신의 아들 태식에게 꼭 한번 보여주고 싶은 일생 최대의 무대를 준비하지만, 서로 다른 체제로 갈린 한반도의 역사는 성근의 소원을 순순히 들어주지 않는다. 과연 아버지는 아들을 위한 연극을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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